또 조코비치냐, 새 챔피언의 등장이냐…호주오픈 스타트

노바크 조코비치가 지난 9일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멜버른 | EPA연합뉴스

시즌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이 오는 14일 막을 올린다. 이 대회에서 복귀할 것으로 보였던 라파엘 나달(451위·스페인)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최근 몇 년간 그랬듯 이번에도 주요 관심사는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의 아성이 지켜지느냐, 새로운 챔피언의 등장이냐가 됐다.

지난 시즌 4개 메이저대회 중 윔블던을 제외한 3개 대회를 휩쓸었던 조코비치는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대회였던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파이널스에서도 통산 7번째 정상에 오르며 ‘역대 최고의 테니스 선수’라는 수식어를 더욱 굳혔다.

조코비치는 이번 호주오픈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다. 메이저대회 단식에서만 24번 우승을 해 여자 단식의 마거릿 코트(호주·은퇴)와 메이저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코트를 넘어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로 쓰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호주오픈은 조코비치가 3연패 2번을 포함해 총 10번이나 우승한, 그의 안방과도 같은 대회다. 남녀 통틀어 단일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10회 이상 우승한 것은 호주오픈에서 11번 정상에 오른 코트와 프랑스오픈에서 14번 우승한 나달, 그리고 조코비치까지 3명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코비치에게 불안한 요소가 있다. 다름아닌 부상이다. 조코비치는 지난 3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남녀 혼성 국가대항전 유나이티드컵 8강 1단식에서 앨릭스 디미노어(12위·호주)에 0-2(4-6 4-6)로 완패했다. 조코비치가 호주에서 열린 대회에서 패한 것은 2018년 호주오픈 16강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정현에게 0-3 완패를 당했다. 특히 조코비치는 1세트 도중 두 번이나 치료를 받는 등 오른쪽 손목에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호주오픈까지는 치료할 시간이 충분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몸상태나 정신적인 부분이 100%가 될 수는 없다”며 여유를 보였는데, 현지에서는 단순한 부상은 아닐 것이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번 대회는 조코비치가 정상의 컨디션이라고 하더라도 우승을 쉽게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2003년생 동갑내기인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와 홀게르 루네(8위·덴마크)가 조코비치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지난 10일 열린 자선경기에서 호주의 앨릭스 디미노어와 경기하고 있다. 멜버른 | EPA연합뉴스

2022년 US오픈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함께 ATP 랭킹이 도입된 1973년 이후 최초로 랭킹 1위에 오른 10대 선수가 되는 기록을 썼던 알카라스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4강에서 조코비치를 만나 경기 도중 근육 경련이 오며 고전한 끝에 1-3으로 패했다. 하지만 이어진 윔블던에서 결승까지 올랐고, 윔블던 5연패에 도전하던 조코비치를 만나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황제’의 등극을 알렸다. 하지만 윔블던 이후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며 조코비치에게 다시 1위를 내주고 시즌을 마쳤다. 비시즌 동안 얀니크 신네르(4위·이탈리아)와 합동 훈련을 하는 등 구슬땀을 흘린 알카라스는 지난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던 호주오픈을 통해 다시 랭킹 1위 등극을 꿈꾼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관중석의 부모에게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심판과 자주 싸우기도 해 ‘악동’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테니스 실력만큼은 인정받고 있는 루네는 ‘올스타’ 코치진과 함께 호주오픈을 맞는다. 지난해 10월 과거 조코비치의 코치를 맡았던 보리스 베커를 코치로 영입한 루네는 최근에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은퇴)를 지도한 것으로 유명한 세베린 뤼티 코치까지 데려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알카라스와 루네 모두 조코비치와의 상대전적이 2승3패로 크게 밀리지 않는데, 특히 루네의 경우 조코비치를 상대로 패한 3경기 모두 최소 한 세트씩은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홀게르 루네가 지난 10일 열린 쿠용 클래식에서 카렌 하차노프에 승리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멜버른 | EPA연합뉴스

한편 이번 대회에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206위)도 출전한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권순우는 이번 대회에 ‘프로텍티드 랭킹’을 통해 본선에 합류하게 됐다. 프로텍티드 랭킹은 ATP나 여자프로테니스(WTA) 선수가 신체적인 부상을 당해 최소 6개월 이상 대회 출전이 어려울 경우 요청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9~12개 투어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권순우의 프로텍티드 랭킹은 80위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