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동아시아 선거…대만 대선 결과에 따른 고차 방정식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3월 러시아 대선,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 전세계 주요 선거가 줄줄이 예정된 올해 동아시아에서 실시되는 첫 번째 선거이기 때문이다. ‘미중 대리전’의 성격을 띈 대만 총통 선거에 따라 동아시아 외교안보의 균형의 추가 움직일 전망이다.
대만은 오는 13일 임기 4년의 정.부총통과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한다. 대만 총통은 부총통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며, 1차례 중임이 가능하다. 대만은 재외선거나 사전투표 제도가 없어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귀국해 직접 투표장으로 나가야 한다. 또한 등록된 지역구에서만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날에는 일제히 고향으로 향해야 한다.
대만 총통후보는 3파전 구도로,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현 대만 부총통과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제2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윈저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성향으로는 친미반중의 라이칭더, 친중 노선의 허우유이, 중도 성향의 커윈저로 나뉜다. 최대 변수는 중도 성향의 커윈저의 약진이다.
대만 총통선거는 양안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 동아시아 외교안보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
2022년 전세계의 관심 속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대만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중 경쟁으로 인한 긴장 고조의 한복판에 대만이 떠올랐다. 대선을 앞둔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하고, 그 첫 시험대가 대만 총통 선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지난 8년간 민진당이 집권한 상황에서 국민당의 재집권을 바라고 있다. 2000년 천수이볜 총통의 당선으로 대만 최초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 2008년 마잉주 당선으로 국민당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당선으로 민진당이 2번째 정권을 잡았다. 이 상황에서 민진당의 정권 재창출은 곧 ‘친미 반중’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양안 관계 리스크로 인한 한중 관계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한미일 3국 협력에 북중러가 밀착 구도를 형성하는 가운데 미중 경쟁 속에서 대만해협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주한미군의 4개 전투비행대대 중 2개 대대가 차출돼 대만 전쟁에 참여할 것이며, 중국도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대만 다음으로 한국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각국의 셈법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미일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1차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를 개최하고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남중국해,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기본 입장을 재차 밝혔다. 3국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불가결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재확인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 부총재인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지난 8일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를 언급하며 유사시 “우리는 잠수함 등을 사용해 대만해협에서 싸우게 된다”며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해 8월 대만을 방문해 “일본과 대만,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가 싸울 각오를 하는 것이 지역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날 선 입장으로 반발했다. 한미일 인태대화에 대해서는 “관련 국가들이 협력을 핑계 삼아 배타적인 작은 울타리를 만들고 중국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며 중국을 먹칠하고 대립과 대항을 선동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9일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위성을 발사했고, 8일에는 중국 군용기 10대를 보내 압박했다.
미중은 선거를 앞두고 대만해협의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8일 미국을 방문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 “대만의 민주주의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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