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샤프'김은중 수원감독"선수들 다 바꾼다고?'절대 아님'이라고 써달라"[진심인터뷰]
"다 내보냈다고요? '절대 아님'이라고 써주세요."
지난 8일 수원종합운동장, 수원FC 1군 선수들의 새해 첫 훈련장에서 만난 '샤프' 김은중 수원FC 신임감독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 시즌 종료와 함께 김도균 감독이 서울 이랜드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해 '아르헨티나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을 이끈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새해 가장 먼저 전해진 소식은 17명과의 결별. 정재용, 로페즈, 오인표, 이영재 등이 줄줄이 떠나며 김 감독 체제의 대대적 리빌딩 작업, 어린 선수들로 싹 물갈이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김 감독은 "절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내가 오기 전 이미 구단평가를 통해 나갈 선수들은 정해져 있었다"면서 "내가 17명을 내보냈다고 선수가 20명 밖에 안남은 줄 아는데 '절대 아님'이라고 써달라. 현재 1군 25명, 2군이 17명 정도, 외국인선수까지 들어오면 1군이 30명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수원FC 사령탑이 된 K리그 레전드 '10년의 단단한 내공'
1997년 대전에서 프로 데뷔해 2014년 대전에서 플레잉코치로 은퇴할 때까지 444경기 123골 56도움을 기록한 김 감독은 35세까지 후배들과 함께 뛰며 '베테랑' 리더십을 발휘했다. 좋은 팀의 요건, 고참의 진가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시민구단으로서 미래를 보고 어린 선수들을 키워서 쓰는 데 대해 (최순호)단장님과 뜻이 같지만, 프로는 절대 어린 선수들로만 갈 수가 없다. 경험 많은 선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신구조화가 맞아들어야 좋은 팀이 된다"고 강조했다. "팀을 이끌어가는 건 베테랑의 힘이다. 베테랑을 존중하고 함께 가려 한다. 나도 선수로 18년을 뛰었다. 작년 플레이오프 때도 윤빛가람, 이영재 등 고참들이 해주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팀엔 윤빛가람 이용 정동호 황순민 박병현 등 30대 좋은 선수들이 많다. 어린 선수들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베테랑이 해줘야할 역할이 있다. 내 목표는 나이와 관계없이 젊고 건강하고 활기찬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프'라는 별명처럼 선수 시절 누구보다 날카롭고 영리하고 성실했던 'K리그 레전드' 김 감독이 은퇴 후 정확히 10년 만에 사령탑으로 K리그에 돌아왔다. 지난 10년간 쉼없이 달리며 단단한 지도자의 내공을 다졌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김학범호의 막내 코치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지난해 '골짜기 세대'라던 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4강에 우뚝 섰다. 지난 10년을 잠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짬이 생기면 해외 선진축구를 배우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12월에도 김태민 수석코치와 잉글랜드 축구를 직관하고 애제자들을 만났다. "잉글랜드축구는 팀마다 방향성과 색깔, 철학이 뚜렷하다. 다시 한번 느낀 건 축구의 기본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술과 트렌드는 바뀔지언정 패스, 볼 컨트롤, 타이밍, 미리 생각하고 움직이는 축구의 기본은 절대 안바뀐다. 그리고 그 기본이 잘 돼 있는 팀이 잘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애제자' 이야기엔 미소가 번졌다. "스토크시티에 가서 (배)준호 응원해주고, 경기도 보고, 훈련도 보고,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눴다. 준호는 스토크 선수들이 다 인정하는 선수"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U-20 월드컵 4강은 선수들의 무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지도자 김은중을 증명한 무대다. "역대 최약체라고 했고, 대표 경력 있는 선수도 많지 않았고, 코로나 때문에 훈련도 많이 못했고 사람들은 월드컵에 나가는지도 몰랐다. 어찌 보면 그런 부분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했고, 선수들이 방향성을 믿고 따라와주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고생도 설움도 많았지만 결과로서 이겨내고 증명했다. 이 선수들의 노력이 증명됐단 게 너무 고맙더라. 월드컵 후 해외진출도 하고 소속팀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며 잠재력을 끌어내줬다는 기쁨이 컸다. 선배, 부모의 마음, 내 아이라는 마음으로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진심이 통했다"고 돌아봤다.
그의 코칭론은 확고하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다. 선수들이 마음적으로 편해야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지도자 이력을 벨기에리그 튀비즈(2015~2017년)에서 시작한 이유도 명확했다. "당시 벨기에가 FIFA 랭킹 1위였다. 인구가 1500만명인 우리보다 작고, 톱리그도 아닌 나라가 어떻게 1위를 할까 직접 보고 싶었다. 가서 보니 어릴 때부터의 다양한 경험이 선수를 성장시키더라. 유스팀에 있던 에덴 아자르는 프랑스 릴, 베르통언은 네덜란드리그로 가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 다양한 축구스타일을 경험하면서 성장한다"고 했다. "김학범 감독님께도 많은 걸 배웠다. 운동 외적으로 다정다감하시지만 일에 있어선 철두철미하고 절대 타협이 없으시다. 생각하신 부분을 끝까지 확실하게 끌고 가신다"고 했다. 제주(김학범 감독), 대전(이민성 감독) 등 '김학범호' 선배들과의 맞대결 기대에 그는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어차피 제가 도전자니까"라며 눈을 빛냈다.
▶'샤프' 김은중 축구의 색깔은?
따뜻한 남자의 축구, 프로에서 선보일 김은중 축구는 어떤 빛깔일까. 김 감독은 "선수 구성에 따라 포메이션을 능동적으로 바꾸면서, 직선적이고 도전적인, 지루하지 않고 다이내믹한 축구, 팬들이 보셨을 때 눈을 떼지 못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빠른 전환이 필요하고,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색깔을 최대한 맞춰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이후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에 합류, 수원FC 경기를 가장 많이 직관했다는 김 감독은 수비 보강, 집중력 부분도 강조했다. "상대팀이 잘해서, 슈팅이 너무 좋아서 실점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우리 실수로 실점해선 안된다. 이걸 30%만 줄여도 더 많은 경기를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새해 영입 오피셜이 골키퍼 안준수, 수비수 김태한, 한상규, 정재민 등 젊은 수비라인인 건 의미심장하다. 선수단 구성이 얼마나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80~90%"라고 답했다. 센터백 잭슨이 잔류하는 가운데 남은 퍼즐은 외국인 공격수 두 자리다. 이승우 등 스타플레이어들의 거취도 초미의 관심사. 김 감독은 "팀 에이스를 보내고 싶은 감독이 어디 있나. 프로는 성장해야 하고 자기 가치를 인정받는 부분에선 도와줘야 하는 게 맞지만 , 진짜 좋은 팀에서 좋은 오퍼가 와서 조건상 못잡는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지만, 팀 간판선수를 당연히 내주고 싶지 않다"며 '지킬' 뜻을 분명히 했다.
새 시즌 목표는 현실적이다. "감독은 마법사가 아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열정적인 팬들과 구단, 프런트, 감독, 선수가 어우러져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서 "일단 첫 시즌엔 실점을 줄이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가져가면서 팀을 중위권으로 올려놓는 것, 강등에서 자유로운 안정권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수원FC는 기초체력 훈련 후 14일부터 경주에서 2주간 국내 전지훈련을 한 후 1월 말 해외 전훈을 갈 예정이다. 김 감독은 팬들을 향해 "작년엔 마지막까지 힘든 상황이었고 잘하다가 실점하는 모습도 있었다. 올 시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선수들과 열심히 잘 준비해서 최대한 이길 수 있도록, 승리의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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