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지주사 이르면 연말 상장…100조 펀드 조성"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이르면 올해 말까지 상장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1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메인트랙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그는 "제가 98.5% 지분을 가진 셀트리온 그룹 지주사를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상장시키려고 한다"며 "그것을 이용해서 100조원 이상 되는 헬스케어 펀드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를 투자회사로 만들어서 더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한다"며 "(펀드를 통해)가능성 있는 많은 젊은이에게 전문가로서 투자해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플랫폼 기업을 향해 "같이 토의하고 더 좋은 설루션을 찾자"며 "저희가 앵커 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홀딩스의 투자사 전환 검토를 이야기한 서 회장이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셈이다.
서 회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주사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등 우리가 중심이 돼 5조원 정도를 펀드에 투자하면, 다른 투자사들 자금 50조에서 100조원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바이오 헬스케어 생태계를 이어가고, 셀트리온으로서도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40분간 진행된 셀트리온의 발표는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먼저 20분간 회사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서 의장은 2002년 셀트리온 설립 이후 20여년간 이룬 성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이어 셀트리온이 주력해 온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의 중요성, 현재 추진하는 신약 개발 상황을 소개했다.
고형암의 경우 ADC(항체-약물 접합체) 프로젝트를 가장 우선해 진행하고 있으며, 세부 정보는 내년 동물실험 결과가 나오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5개 후보물질이 개발단계에 있으며, 혈액암은 이중·삼중 항체에 집중해 현재 이 역시 5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를 구강 투여제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파트너사와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컴퓨팅 파워 기반 신약 회사의 새로운 구조 물질을 공동 개발해 신약후보 확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I를 이용한 유전자 및 의약품 데이터 등 각종 의약품 정보를 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인 'HI 뱅크'(Healthcare Intelligence BANK)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사질환에서도 다중 작용 GLP-1 신규 물질을 개발하고자 하며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베타 연관 제품을 개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셀트리온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2022년 기준 2조 3천억원 매출과 영업 이익률 29%를 달성했기에, 22개 제품이 출시되는 2030년이 되면 매출 11조원과 3조3천억원 영업이익이 산술적으로 예상되며, 거기에 신약이 얹어진다면 현재 매출 대비 최소 5배가 기대되는 회사"라며 "셀트리온의 가치는 지금이 가장 낮다"며 미래 가치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 의장의 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대담에서 서 회장은 "2029년이 되면 면역 치료제도 바이오시밀러로 다 내는데 기업들의 고민은 다음 설루션이 뭐냐는 것"이라며 "이 건물에서 다들 ADC 기업 인수 등을 많이 얘기했을 텐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제약회사의 우선 목표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인류를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것"이라며 ""세계 70억 세계인구 가운데 60억명은 가격이 비싸서 바이오 의약품을 사용하지 못한다. 돈이 없어서 죽는 사람이 안 생길 때까지 바이오시밀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약을 더 싸게 쓰게 하겠다"며 "신약 분야에서도 플랫폼 기업들과 결합해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찾을 것이고, 투자자들은 투자한 이익을 내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및 이어지는 셀트리온 제약과의 2단계 합병 이유에 대해서도 "이 같은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바이오벤처 등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서는 "항상 투자하겠지만, 인수합병은 하지 않겠다"며 "이 분야는 사람이 재산이고, 그들이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지, 회사를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마지막으로 "셀트리온은 한국기업으로 회사, 직원, 공장이 모두 한국에 있다"며 "앞으로 한국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중요한 파트너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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