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인구 감소하면 회복 어려워"…이제는 '축소의 시대'
美 인구·도시계획 전문가가 쓴 신간 '축소되는 세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호황기였던 1960~70년대. 가난하든 부유하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다. 의료·과학 기술의 발전 덕택에 신생아 사망률이 급감하면서 세계 인구는 급격히 늘어갔다. 진화생물학자 폴 에일릭은 1968년 발표한 저서 '인구 폭탄'에서 "1970~80년대에는 수억명이 굶어 죽을 것"이라고 기술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식량 생산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맬서스의 예측이 약 200년 만에 실현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긴장한 인도는 1970년대 수백만 건의 강제 피임 수술을 시행했고, 중국도 비슷한 시기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우리 정부도 불임 수술(정관 수술)을 권장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 저출산을 조장하는 표어가 유행했다.
그때는 절박했겠지만, 돌이켜 보면 격세지감만 느껴지는 정책과 구호다. 책 '인구 폭탄'이 나온 지 50여년, 세계 각국은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저출산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1980~90년대 대입 수험생이 한때 100만명을 넘나들었지만, 앞으로 10여년 후면 그 규모가 5분의 1로 축소된다. '출생아 20만대 시대'에 접어든 지도 벌써 4년째다. 작년 출생아 수는 주민등록 출생등록 기준으로 23만5천3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위태롭다. 최악의 경우 20만명은 물론, 10만명 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인구 감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겪고 있거나 겪을 몸살이다. 미국 릿거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인구·도시계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가 쓴 '축소되는 세계'(원제: Smaller Cities in a Shrinking World)는 성장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책이다. 저자는 경제도, 인구도 줄어드는 '축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한 번 인구가 감소한 나라는 다시 그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이나 일본, 대만처럼 지금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책에 따르면 인구통계학적 추세는 경제와 사회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유럽과 일본 등에서 진행 중인 '출산 장려 정책'은 이런 추세를 기껏해야 약간 늦추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 예컨대 프랑스는 가족수당, 세금혜택, 보조금 지급, 유급 육아휴직(3년) 등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좋지 않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대체출산율(2.1명·현재 인구 규모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출산 장려 정책에 투입하는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이다. 이는 막대한 재정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일본은 2040년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소멸한다. 2018년 기준 집 7채 중 1채가 빈집인데, 2040년에는 3채 중 1채꼴로 빈집이 늘어난다. 중국은 2100년 인구가 절반으로 준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태국, 대만, 이탈리아, 레바논, 쿠바 등도 이런 길을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저자는 예상한다. 일자리와 돈을 찾아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입되지만, 지방 도시는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령,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부(富)가 성장의 동인이다. 소피아 지역의 GDP는 두 번째로 부유한 지역보다 2배 많고, 가장 가난한 지역보단 4배 많다.
경제 성장 둔화도 피할 수 없다. 인구 노령화와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생산 위축, 디플레이션, 자본·교역 감소가 예상된다. 더불어 인구보다 빠르게 감소하는 세수, 고령 인구 부양을 위한 재원 부족 등으로 자본주의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2050년 무렵이면 세계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앞으로 수십 년간 '축소 도시'는 늘어나고 '성장 도시'는 줄어들 것이라며 "이제 축소 도시가 표준이 되면서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대다수 도시가 축소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어 "점점 작아지는 국가나 도시가 성장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합리적인 미래 경로라는 생각부터 받아들여 한다"며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고 곁들인다.
사이. 김현정 옮김.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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