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재명 대표 부산대→서울대 전원이 남긴 것 / 홍순창

한겨레 2024. 1. 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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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목정맥 수술 어렵지 않다
관련 혼란은 사회현실 반영
현장 기반 ‘정책입안’ 계기로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홍순창 |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심장혈관외과 과장)

얼마 전 제1야당 대표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응급치료를 받는 일이 발생했는데, 일련의 치료과정을 두고 사회 구성원들이 너무나 많은 혼란을 겪는 것 같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현재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속목정맥은 중증질환 환자 치료나 심장 및 대혈관 수술 때 작게는 1∼2㎜, 크게는 5∼6㎜의 관을 삽입하고 제거하는 게 흔한 혈관이다. 따라서 외상뿐 아니라 병원 치료 과정 중에서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속목정맥 손상은 특별한 상황인 경우 결찰술을 시행해 혈관의 기능을 제거해도 환자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속목정맥 손상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중증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선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대다수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수준의 손상이며, 실제 그렇게 치료하고 있다.

연간 300여건 심장 및 혈관 수술을 시행하는 필자의 의견으로는 심장이나 혈관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진이 있는 국내 상급종합병원 수준이면 이 정도는 고난도 치료가 아니다. 물론 속목정맥 주변에는 동맥과 신경 등이 지나가기에 수술 중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수술을 특별히 경험 있는 소수의 의사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하는 많은 심장 및 혈관 수술들과 의학적으로 비교하면 오히려 어렵지 않은 수술이고, 필자보다 수술 경험이 적은 국내 후배 의사들도 얼마든지 어렵지 않게 수술할 수 있는 정도다.

실제 필자가 경험하는 이른바 중증 다발성 외상 환자들의 혈관 손상은 속목정맥 60% 손상 정도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들은 다발성 장기 손상이 동반돼 혈압이 유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맥, 동맥, 신경이 모두 완전히 절제되고 근육 및 주변 조직 손상까지 심해 수술에만 5∼6시간 이상 소요된다. 또 며칠 동안 중환자실 집중 치료로 겨우 생존하게 되면 장기간의 입원 치료와 회복 뒤 신경 접합수술 등 복잡한 치료 과정을 밟아야 한다.

속목정맥 손상의 경우에도 완전히 절제돼 혈관이 쇄골 아래로 들어가 버리면 심한 경우 흉 쇄골 관절을 탈골해 분리하고 절제된 혈관을 찾아 단면과 단면을 연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20년 전 비서울권에 있는 한 사립대 의대 병원에서 이런 방법으로 수술한 사례를 보고한 적이 있다. 미국처럼 총기 사고가 많은 나라에서는 출혈이 심하지 않고 다른 주변 조직의 이상 소견이 동반되지 않아 반드시 외과적 탐색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 보고도 적지 않다.

필자는 지금 국내 의료 현실을 놓고 의료 공급자와 의료 소비자 서로가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환자들을 매일 대하고 수술하는 의사로서 지금의 의료 현실이 불합리할 수 있지만, 의료 수준이 불합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의료 수준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지불하는 비용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

지금 이런 사회 현상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의료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이지도 않고 실효성 있는 대책도 아닌 듯하다. 단적으로 필자가 근무하는 강원 지역에 있는, 정부가 선정한 심·뇌혈관 지정 병원에서는 최근 2∼3년 동안 심장 혹은 대혈관 수술을 한 적이 없다. 즉 현재 이 병원에 심장 수술이나 중증의 혈관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면 심·뇌혈관 지정 병원임에도 수술이 가능한 또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져야 한다.

실제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나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보다 정책이나 의료행정가들의 의견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매번 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 같다. 지금 이 시각에도 중증환자들을 돌보는 수많은 의료진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이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물리적, 육체적인 상처보다 심리적, 정신적인 상처를 더 심하게 받았을 이재명 대표가 하루빨리 안정을 취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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