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스티로폼 OUT"…제지업계, '친환경 패키지' 개발 몰두
무림 '네오포레' 종이빨대·용기 공급…한솔 '녹색기술인증' 획득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제지업계가 스마트기기 보급·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쇄용지 수요구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패키지·신소재 제품'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여서다. 대표적으로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보랭상자와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종이용기가 주목받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인 골판지 상자 제조 전문기업 태림포장(011280)은 올해 '고성능 친환경 보랭상자'(TECO BOX)를 국내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스티로폼 박스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TECO BOX는 태림의 독자적 기술인 '보랭 성능 향상 기술 및 평가 방법'을 활용해 골판지만을 활용해 제작했다.
골판지에 다층 트러스 구조를 적용해 상자의 내외부 사이 단열 공기층을 형성하는 원리다. 여기에 친환경 발수 코팅 기술을 통해 상자 내부가 젖지 않도록 했다.
태림포장은 골심지와 원지를 생산하는 계열사 태림페이퍼(019300)를 통해 '골심지·원지생산-포장' 수직계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골판지 원지·원단·상자 부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태림포장 관계자는 "TECO BOX는 기존 스티로폼 상자 대비 98% 수준의 우수한 보랭성을 갖추고 있다"며 "종이기반 보랭 상자 중 최고성능으로 스티로폼 상자 대비 소비자 구매 비용(제조 원가·운송비 포함)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태림포장은 앞으로 냉장·냉동제품 택배 배송, 고급 선물세트 등 다양한 상품 포장에 TECO BOX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 시장 반응도 뜨겁다. TECO BOX 개발 소식이 전해진 10일 태림포장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40원(29.96%·상한가 기록) 오른 3210원에 거래됐다.
무림그룹은 2020년부터 친환경 종이 브랜드 '네오포레'를 운영하며 생분해 종이컵 원지와 재활용성을 갖춘 종이빨대·완충재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서울·제주신라호텔에 '네오포레 STRAW'를, 한국콜마(161890), CJ대한통운(000120) 등에 종이 튜브·완충재 등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산 천연 생(生)펄프로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하기 용이한 '펄프몰드'도 주력 상품이다. 현재 △치킨상자 △접시 △도시락 용기 △테이크아웃 컵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하고 있다.
무림페이퍼(009200)는 100% 천연펄프로 만들어 플라스틱Free를 실현한 '무해 종이 물티슈'을 지난해 중순 선보였다.
무림P&P(009580)는 교촌에프앤비(339770)와 손잡고 치킨박스에 친환경 펄프몰드인 'moohae'(무해)를 도입했다. 기름과 수분을 차단하는 내유·내수성을 갖췄고 박스 표면에 공기구멍을 뚫어 치킨의 바삭함을 오랜 시간 유지하도록 고안했다.
한솔제지(213500)는 △종이 연포장재 프로테고(Protego) △재활용 종이용기 테라바스(Terravas) △천연 소재 나노셀룰로오스 듀라클(Duracle) 등을 기반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프로테고에 적용한 친환경 패키지 제조 기술인 '수분·가스 차단성 종이 제조 기술'이 정부 인증인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 녹색기술인증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관계부처가 탄소저감·에너지저감 등 기술에 대해 부여하는 친환경 인증이다.
한솔제지의 '친환경 패키징'은 산소·수분 차단성이 우수하다. 기존 식품이나 생활용품 포장재에 사용해온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다.
테라바스는 기존 플라스틱 계열의 폴리에틸렌(PE) 코팅 대신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한 종이용기다. 지난해 추석 시즌 선물세트 패키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솔루션'(Han-Solution)을 구축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자사의 친환경 패키지 제조 기술을 LCA(Life Cycle Assessment:전과정평가)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플라스틱 제품 대비 탄소배출량을 39% 저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사용 후 종이로 분리 배출할 수 있어 종이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지업계는 2024년을 제지산업이 보유한 친환경성을 공유하고 종이야말로 친환경 자원이라는 점을 제대로 평가받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이복진 제지연합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꼭 제지산업 친환경성이 제대로 평가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종이는 최선의 친환경 대체재라는 공감대를 얻으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제지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수요구조 변화와 종이소재 사업영역 확대, 공정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 친환경 제품 연구개발·시장 확대 등은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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