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포모주’…9만전자와 16만닉스?

2024. 1.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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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반도체주는 2024년 대표적인 포모(FOMO·자신만 소외될까봐 두려워함) 주식이 될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전망은 올 한 해 반도체주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를 보여준다. 실제 시장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반도체 거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12월 D램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6.5% 상승했고 낸드 범용제품도 6% 올랐다. 지난 12월 반도체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21.8% 증가한 약 14조원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상승세다.

극심한 불황을 겪은 반도체 산업이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듯하면서 투자자 심리도 요동치고 있다. 반도체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라면, 투자 종목을 고민할 터다. 지금 1000만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삼성전자 대 SK하이닉스, 어디에 자금을 더 투자할 것인가.



 16만닉스의 시장 지배력

“‘아묻따’ SK하이닉스입니다. 하이닉스는 여전히 HBM과 관련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어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시장 경쟁 진입이 예상되지만 HBM은 글로벌 톱티어 고객사들의 선택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출신 IT 애널리스트 A 씨의 최선호주는 SK하이닉스다. 이유는 하나,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점이다.

HBM은 차세대 D램으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것인데,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2023년 초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도구인 고성능·고용량 D램 수요가 덩달아 커졌다. 바로 HBM을 포함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다.

최근 반도체주의 상승을 이끈 일등공신 또한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만디프 싱은 생성형 AI 시장이 10년 후인 2032년에는 1조3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05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생성형 AI 시장의 규모가 400억 달러, 약 52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동안 30배 넘게 커진다는 분석이다.

성장에 주목할 것은 레이스를 달리는 주자들이다.
HBM 시장의 선두주자는 SK하이닉스다. 시장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가 지난해 8월 9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등 3개사의 2022년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각각 50%, 40%, 10%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1위와 2위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023년부터 크게 줄어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2023년과 2024년 사이 HBM 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은 각각 46~49%로 비슷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점유율에서 큰 격차를 내지 못하더라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강점을 보이는 것은 고객사의 시장지배력이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GPU 강자인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3는 HBM 4세대 제품으로,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가 819GB(기가바이트)에 달해 초고속 AI 반도체 시장에서 최적의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했으며, 이후에도 양사의 협력관계는 끈끈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올해 2분기 양산 예정인 HBM3E(5세대)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공급사 중에서 가장 먼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6세대 HBM4(D램 적층 16단) 개발을 엔비디아와 6개월 전부터 이미 시작한 것으로 추정돼 향후 2년간 HBM 시장에서 독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2월 19일 D램을 쌓아 올리는 HBM에 별도의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칩들을 연결할 수 있는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발로 다양한 공정 기술 적용이 가능해져 칩 두께를 줄이면서도 열 방출, 수명 문제 등을 동시에 해소하기를 요구하는 엔비디아 등 수요자들의 요청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여 경쟁사 대비 기술 경쟁력 우위가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엔비디아 소부장의 대장주’란 별칭도 붙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1월 4일 기준 16만43원이다. 메리츠증권이 1월 2일 18만5000원을 제시해 가장 높았으며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27일 12만5000원으로 저점을 기록했다.


 9만전자의 차별화된 경쟁력

“AI가 탑재된 스마트폰 ‘갤럭시 S24’가 1월 17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세계 최초 온디바이스 AI 탑재 스마트폰으로 시장의 기대가 삼성전자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제시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에는 AI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있지만, SK에는 없다는 점을 차별화로 든다. 온디바이스 AI 관련 핵심 장비 업체로 삼성전자가 차별화된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시간으로 1월 18일 오전 3시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갤럭시 S24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AI를 전면에 내건 첫 스마트폰이다. 이는 모바일 기기 스스로 AI를 구동한다는 뜻이다.

언팩 행사도 갤럭시 S24의 ‘온디바이스 AI’ 관련 기능 소개에 집중될 예정이다. 초대장과 함께 공개된 영상에도 ‘갤럭시 AI가 온다(Galaxy Ai is coming)’는 문구를 삽입해 생성 AI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갤 S24 시리즈 생산계획을 3528만 대로 잡았다. 전작 대비 약 13% 늘어난 공격적 목표치다.

해당 제품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수요 증가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애널리스트 B 씨는 “만약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중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핵심 콘텐츠가 등장한다면 전체 업황을 빠르게 견인하면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단기간에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AI 서비스 확대를 위한 일반 서버 투자가 전망되어 2024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공급 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김동원 센터장은 2024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배 증가한 33조3000억원으로 추정되어 높은 실적 가시성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1월 4일 기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평균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9만2167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월 3일 10만5000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으며, BNK투자증권이 지난 12월 12일 8만2000원을 제시해 가장 낮았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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