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칼럼] 우리 음식은 '졀미'하다

박정숙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2024. 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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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짱 맛있다', '개 맛있다', '존맛탱'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표현이다.

총 5권으로 주사의(술과 음식), 봉임칙(바느질, 길쌈), 산가락(시골살림의 즐거움), 청낭결(병 다스리기), 술수략(방법)으로 나눠 기술했다.

제1권 주사의는 술과 음식에 관한 기록이 다양하다.

규합총서 주사의 맛에 대한 표현을 현재 음식에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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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맛있다', '짱 맛있다', '개 맛있다', '존맛탱'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표현이다. 거칠고 단순하고 자극적인 느낌이다. 음식은 물론 그 음식의 특성 기록도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우리 선조들은 어떤 말로 우리 음식을 표현했을까?

조선시대 한글로 쓰인 조리서 '규합총서'에서 엿볼 수 있다. 규합총서는 1809년 빙허각 이씨가 부녀자들을 위해 가정살림의 지침이 되는 일을 엮은 책이다. 조선시대 가정백과사전서로 일컬어질 만큼 집안 살림 내용을 풍성하게 수록했다.

총 5권으로 주사의(술과 음식), 봉임칙(바느질, 길쌈), 산가락(시골살림의 즐거움), 청낭결(병 다스리기), 술수략(방법)으로 나눠 기술했다.

제1권 주사의는 술과 음식에 관한 기록이 다양하다. 구기자술을 시작으로 17가지 술 빚는 방법, 장 빚는 방법, 밥·죽 만드는 몇 가지 방법, 마시는 차 만든 법을 기록했다. 치선에서는 섞박지를 비롯해 10여 종의 김치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어품류, 육품류, 채소류를 분류해 각 재료의 특징과 구체적인 조리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떡·과줄붙이까지 여러 음식 만드는 방법도 담고 있다.

"한겨울이 제철이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물미역은 맛이 졀미하다." "노지에서 찬바람을 맞고 자라서 달짝지근한 시금치나물은 맛이 자별하다."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봄동 겉절이 맛이 자별히 아름답구나."

규합총서 주사의 맛에 대한 표현을 현재 음식에 인용했다. 여기서 '자별하다', 졀미하다'는 고어체 한글은 '별스럽게도 좋다', '그지없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렇듯 선조들은 '맛있다'가 아니라 '맛이 아름답구나', '맛없다'가 아니라 '맛이 사납구나'라는 순화된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마라탕이 큰 인기라고 한다. 전 세대에 걸쳐 매운맛에 대한 중독과 선호가 갈수록 증가하는 세태 속 우리 사회도 그만큼 강퍅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저녁은 제철 식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준비해 가족들과 식사하며 잊고 지낸 아름다운 우리 맛 표현을 해보자. 박정숙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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