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절차로 우리사회의 신뢰회복을

강수정 유성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담당관

얼마 전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 프로그램인'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미국 대통령들의 자문위원이었던 로버트 퍼트넘 교수가 강의하는 것을 봤다. 그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회적 연대가 붕괴되는 이유가 사회적 자본의 감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학자들의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을 총괄하며 이중 핵심은 단연 사회적 신뢰라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수준은 어떨까? 한국경제연구원의'2023년 레가툼 번영지수'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167개국 중 107위로 가까운 동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 지수도 100위로 매우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극대화되고 정부, 사법시스템 등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이 낮아지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신뢰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정책 추진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부정선거'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보며,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유권자의 선거 과정 참여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선거 과정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에는 무엇이 있을까?

공직선거법에서는 투표용지의 인쇄·납품·송부 과정과 수령·보관 과정, 거소·선상투표자에 대한 투표용지 작성·발송 과정 등에 정당추천위원의 입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접수한 거소·선상투표지와 관외 사전투표지를 보관할 우편투표함을 비치하고 각 투표지를 우편 투표함에 투입하고 보관하는 때에도 참여할 수 있다.

유권자가 선거과정을 직접 참관할 수 있는'참관인 제도'도 있다.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선정한 투표참관인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교부 및 투표과정 그리고 투표함 봉쇄·봉인 절차부터 투표함을 개표소까지 이송하는 과정까지 참관할 수 있다. 개표소에서는 개표참관인이 투표함의 인계·인수 과정을 참관하고 개표소안의 개표상황을 순회하면서 촬영하거나, 개표에 관한 위법사항을 발견한 경우 시정 요구도 할 수 있다.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선정한 개표참관인 외에 일반 선거권자 등도 개표참관인 또는 개표관람인이 돼 개표상황을 참관·관람할 수 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 종료 후 참관인과 정복을 한 경찰공무원 등이 동반해 선관위로 이송된 관내사전투표함을 CCTV 등 보안시스템이 구축된 장소에 보관하고 누구든지 시·도선관위 청사 대형 모니터를 통해 상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공직선거법에서는 위원회의 주요한 의사결정과 선거사무에 정당추천위원이 참여·참관하도록 하고, 선거 과정마다 참관인 등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 선거관리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대중은 정부가 무엇을 결정했는지뿐 아니라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말처럼 선거 과정을 유권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선거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데 매우 중요한 장치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제도적 장치와 함께 선거를 통한 우리 사회의 통합과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어떤 담보가 있어야만 믿을 수 있는'신용'이 아니라 이들이 없어도 서로를 믿어보고자 하는 우리 사이의 굳건한 신뢰와 유대 그리고 참여를 통한 사회적 자본의 회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