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다누리의 스펙타클 365展을 기획하며

석현정 카이스트 교수 겸 미술관장 2024. 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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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정 카이스트 교수 겸 미술관장

방탄소년단의 Dynamite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고 음악에 맞춘 듯 지구가 뱅그르르 돌아가고 있다. 달 표면 위를 비행하는 현장의 모습과 대응되는 좌표를 가리키는 기호 등등, 수십 개의 모니터에 걸쳐 KAIST인공위성연구소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있을 법한 관제실 모습이 서울 롯데월드타워 내 긴 복도 벽을 장식하고 있다. 이 복도는 우리 나라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향해 반드시 지나가는 곳이다. 달과 우주를 주제로 한 영화 속 장면인가 싶으면서도, 저녁9시 뉴스에서 본 듯도 한 영상이라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벽과 천장, 그리고 복도 벽을 덮은 대형 미디어 패널을 지나 초고속 엘레베이터를 타면, 1분 만에 120층에 도착한다.

멀리 인천 앞바다까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가 360도로 둘러싸고 있는 이 공간 한 가운데, 순진한 공대생을 연상케 하는 다누리 달탐사궤도선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다누리 뒷편으로는 지구와 달이 둥실 같은 크기로 나란히 병풍 그림처럼 서 있는데, 마치 태양을 동시에 바라보는 부부 사진처럼 지구와 달의 정수리 부분이 똑닮아 있다. NASA에서도 '따로 촬영한 후 합친 합성 사진인가?' 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과학자의 대답은, '아니오, 처음부터 한 장의 사진입니다!'. 다누리가 우주를 한 바퀴 돌아(BLT궤도), 달 궤도로 진입하기 전인 2022년 11월 28일, 지구와 달이 똑같은 크기로 보이던 날, 그 둘을 동시에 촬영한 것이라 한다. 달의 정수리 부분이 똑같이 밝은 것은 그 위로 태양이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드라마틱한 순간을 상상하니 다누리의 작은 날개가 더 날렵하게 보인다. 평소 얌전한 제자가 어느 날 깜짝 놀랄 성과를 보여주면서 칭찬해주세요 하는 표정을 짓는 것 같다.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한 서울스카이다. 세련된 광고 영상과 고급진 예술품이 아닌, 웬 공상 과학같은 이야기인가.

2023년 12월 26일 "다누리의 스펙타클 365" 전시 개막 현장에는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HYBE의 라이센스 관리팀부터 최근 개봉한 영화 "노량"의 특수효과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과학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서로 옷깃을 스치기도 힘들 것 같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수십명의 기자단과 한 자리에 모여 KAIST미술관의 전시기획을 경청하고 있었다.

전시의 핵심은 대한민국 첫 달탐사 궤도선인 '다누리'가 달 상공 100 Km 높이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금까지 달 주변을 4,500회 이상 공전하면서 이 시각에도 지구로 촬영 이미지를 잘 보내주고 있다는 성과다.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서 입지가 굳건해 진 이 성공 스토리는 들을 때 마다 뭉클하다. 우리보다 앞서 달궤도 탐사선을 보낸 국가와 비교해 예산과 일정이 가혹했었다는 건 늘 따라오는 스토리. 달 궤도에 어찌나 정확히 안착을 했던지, 지구에서 가지고 간 연료가 많이 남았고, 임무 기간 1년을 다 채우고도 앞으로 2년 간 임무를 지속한다는, 이 영화같은 팩트!

방탄소년단의 뮤직 비디오는 다누리가 우주인터넷을 이용하여 지구로 송신한 영상 파일이니 결국 우주에서 들려오는 Dynamite인 셈이다. 이 감동 실화는 HYBE 라이센스팀의 마음도 쉽게 움직였다. 철저히 상업적 계산으로 움직이는 여러 관계자들이 대전에서 올라온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정에 잠시 계산기를 내려놓고 움직여 준 참으로 고마운 전시이다. "저희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연구 성과를 전시해보겠습니까.. 고맙습니다", 다누리 달탐사체 개발 사업단장으로서 국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전두지휘한 김대관 박사의 표현이다.

KAIST미술관은 올 연말 개관을 앞두고 있다. 여러 역할이 있겠지만, 원석에서 박힌 보석을 반짝이는 작품으로 세공해 작품으로 선보이듯이,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성과를 예술적 감동이 있는 경험으로 전환하는 큐레이션은 주요 미션 중 하나이다. 상상과 공상을 담은 스토리텔링이 허구가 아닌 실화임을 밝혔을 때, 대중은 몰입했고 콘텐츠 작업자는 팔을 걷어 부쳤다. 이런 특별한 기회를 통해 스타가 된 과학자는 큰 자부심으로 다음 단계를 향한 동력을 얻었고, 성공스토리를 보고 들은 미래의 꿈나무들은 비전을 갖게 된다. 스펙타클한 과학기술 성과의 흥미진진한 전시 기획은 2024년도에도 이어가고자 한다. 석현정 카이스트 교수 겸 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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