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전인 치유의 영성

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신부 2024. 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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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고지전(2011)'를 보면 상황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하는 중대장과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 부대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고지 300미터 지점에 대공포를 설치하려는 중대장의 명령은 대담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무모하고 무지한 명령이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이 지닌 공동의 가치는 그리스도의 전인 치유를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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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신부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고지전(2011)'를 보면 상황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하는 중대장과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 부대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고지 300미터 지점에 대공포를 설치하려는 중대장의 명령은 대담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무모하고 무지한 명령이었다. 당시 전황은 대공포를 설치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별로 없지만, 고지를 뺏기면 대공포도 적군의 손에 넘어가게 되어 더 큰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전우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그 명령은 과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지향이었을까?

상황에 맞지 않는 지휘관의 명령은 휴전시에는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전장에서는 부대 전체의 죽음을 초래한다. 전장에서 부대원은 지휘관의 명령에 자기 목숨을 맡긴 것이고, 지휘관은 이 부대원의 목숨을 담보로 명령을 내림으로써 전장에서의 승리를 꾀하는 것이다.

곧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부대원이 자신의 목숨을 지휘관에게 내맡긴 것처럼, 지휘관도 공공의 이익이라는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맡겨야 한다. 부대원이나 지휘관이나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전쟁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이 지닌 공동의 가치는 그리스도의 전인 치유를 실현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단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를 온전한 존재로 회복(구원)시켰다. 질병으로 공동체에서 단절된 삶을 사제의 선언을 통해 공동체에 다시금 편입시켜주셨고(마태 8,4), 육신의 병은 죄의 결과라는 당대의 죄의식을 없애주시고, 구원을 베풀어주셨다(마태 9,2). 가톨릭 의료에서 원목(병원 사목)이라는 명칭을 넘어 영성 구현(이념 구현)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한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하신 것처럼, 하느님께서 지으신 본래의 모습대로 그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자로서 원목자는 환우에 대한 방문과 기도, 성사를 통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돌봄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시대의 요구에 따라 상담 및 환자의 회복 여정에 동반하는 원목자의 역할도 추가됐으나, 아직까지는 병원 내의 다른 전문가의 역할과 종종 겹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원목자는 환우만이 아니라 교직원을 좀 더 직접적으로 돌봄으로, 병원 전체를 그리스도의 사랑이 감돌게 할 새로운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곧 소수의 원목자가 환우들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병원 내에 모든 교직원이 환우들을 만날 때, 전인 치유의 영성으로 만날 수 있도록 직접 교직원에게 영감을 북돋는 것이다. 중대장이 개인적인 지향만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명령을 내리는 것과 같다. 여기서 중대장은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 안에 부어주시고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 성령을 상징하며, 원목자를 포함한 교직원 모두는 부대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편교회에서 공동합의성(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한 분 하느님이신 성령 안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역할 안에서 동등하게 공동선을 살아가야 할 사명을 갖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전인 치유의 돌봄을 실현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으며 병원 내 공동의 영성을 구현하고 있다. 우리 안에 부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이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향기로 흘러 넘치길 기도한다. 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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