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못 믿을 ‘여성안심패키지’ 만족도 조사
전문기관 “문항 지시문과 다른 웹 설문, 응답자 혼란”
경기일보 취재 시작하자 “처음 진행해 부족, 개선할 것”
여성 1인 가구의 안전을 돕겠다며 추진한 경기도 여성1인가구 안심패키지사업 만족도 조사에서 수원특례시가 조사 오류를 개선하지 않고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한 차례 설문 오류에 대한 민원을 받은 뒤 이를 수정하면서도 제대로된 구동 여부 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심패키지 사업은 고양·시흥·연천을 제외한 도내 28개 시·군에서 도비 2억2천50만원(30%) 시·군비 5억1천450만원(70%)을 들여 지난해 추진한 사업이다. 시는 이번 사업을 위해 5천880만원의 예산을 들였다.
그러나 시가 사업 이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는 웹 설문 제작 단계에서부터 오류가 있었다. 사업의 만족 여부와 물품의 선호도 여부를 조사하는 2개 문항에서 답변에 따른 파생 질문에 응답하도록 안내한 뒤 실상은 모든 질문에 답해야만 설문을 제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만족도를 묻는 5번 문항에서 ‘매우 만족’, ‘약간 만족’, ‘보통’을 선택할 경우 5-1로 이동해 2개의 사유를 고르게 안내했지만, 조사가 끝난 뒤 답을 제출할 때 5-2 문항(불만족 사유)에 대한 답을 하지 않으면 제출 자체가 불가능하게 설정됐다. 이는 불만족을 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6번 문항 역시 같은 문제가 있어 사실상 모든 문항에 대한 응답을 해야지만 설문 참여가 가능했다.
이러한 문제는 시가 응답을 취합해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때 발견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시는 이 같은 문제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필터링을 통해 답변자 수를 맞추는 방식으로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특히 시는 처음 만족도 조사 링크를 발송한 뒤 관련 문제를 포함한 복수응답 불가에 대한 민원을 받았지만, 링크 재발송 과정에서 이러한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시는 또 통상 설문조사에서 불만족에 포함시키는 ‘보통’ 응답을 만족 평가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번 사업은 각 지자체별로 제각각 기준으로 물품을 지원하거나 여성 안심 정책 사업임에도 송장에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등의 문제로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도는 사업 이후 만족도 조사를 통해 미흡했던 부분을 보강할 계획이었다. 결국 관련 조사가 정책 개선 방향을 찾는데 중요 요소였음에도 조작된 결과가 보고서로 작성된 셈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 기관 관계자는 “문항 지시문과 다른 웹 설문 로직은 응답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저항감을 키워 응답률을 떨어트릴 수 있다”며 “설문 이후 필터링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 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일보의 취재가 시작된 뒤 문제를 인지한 시 관계자는 “처음 진행하는 일이고, 설문조사를 시가 직접 하다보니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는 이를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치인 가방끈 확인했더니...한국이 가장 길었다
- 민주 “정적 죽이기 올인한 대통령에 동조한 정치 판결”
- 단풍에 ‘삐끗’ 미끄럼 조심, 가을철 등산 ‘안전’ 주의보
- “천천히 늙을래”...유통시장 휩쓴 ‘저속노화’ 열풍
-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표류 언제까지... 수 년째 지지부진
- 빛 잃어 가는 ‘인천민주화운동’…먼지만 쌓여 가는 역사 유인물
- 이재명 대권 행보 ‘먹구름’...한동훈 "사법부 결정에 경의"
- ‘이재명 진짜 위기는 위증교사’…한동훈 “야당 희대의 무리수 동원할 것”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살해 시도 40대 '집유'
- 원아 머리 킥보드로 때린 유치원 교사, 다른 원생 11명도 폭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