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요? 160㎞입니다" 푸른피 루키, '원태인 이후 5년' 드디어 대형신인 싹이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 2024시즌 신인 우투수 육선엽(19)의 당찬 각오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신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패기가 잔뜩 묻어나왔다.
같은 장충고 동기인 황준서(한화 이글스)를 비롯해 김택연(두산 베어스), 미국 진출을 택한 장현석(LA 다저스) 등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던 투수다. 그러나 삼성은 확실한 가능성을 봤고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그를 택했다.
"신장 190㎝ 체중 90㎏의 뛰어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빠른 공을 뿌리고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춰 향후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리고 계약금 2억 5000만원을 안겨줬다.
2023년 고교야구 공식전 12경기에서 21⅔이닝 동안 2승 평균자책점(ERA) 0.41을 기록했다. 표본이 적어 정확한 평가가 어려웠지만 지난해 9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31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18세 이하(U-18) 야구월드컵에서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돼 네덜란드전과 호주전에 선발로 나서 10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며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아직 속구 최고 시속은 150㎞ 초반대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 초반 부진할 때 투구폼에 변화를 준 이후 구속도 상승했고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운동 능력과 감각, 체격조건까지 갖춰져 충분히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155㎞를 목표로 삼았던 그는 이내 157㎞로 상향 조정을 하더니 지난 9일 2024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서는 160㎞까지 수치를 재조정했다. 육선엽은 "강영식 코치님께서 기사를 보셨다면서 다음날 저한테 '157㎞이 뭐냐, 160㎞ 안 던질 거냐'고 말씀하셨다"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아직까진 단언할 수 있는 게 없다. 구단에선 혹시라도 탈이 날까 절대 무리를 시키지 않고 있다. 동기들과 라이온즈파크에서 함께 운동하고 있다는 육선엽은 "일단은 안 다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과 포크볼을 완벽하게 던질 수 있도록 경기 운영 면에서 필요한 부분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상 방지를 위해 몸의 유연성을 늘려주고 체력 증진을 위한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육선엽의 또 다른 무기 중 하나는 커브다. 빠른 커브와 각이 크게 느리게 들어오는 너클 커브를 모두 활용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던진 이 구종을 스스로도 위닝샷이라고 자부한다. 여기에 포크볼을 추가하고 있다.
구단의 관리 속에 이제야 40m 캐치볼에 돌입했다. 공을 뿌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그는 "하루라도 빨리 1군에서 던지고 싶다. 준비를 착실하게 했다고 생각이 든다"며 "1군에서 바로 뛴다고 해서 다칠 정도의 몸 상태는 아니고 항상 자신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내보내 주신다면 보여드리고 싶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은 1월 말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다만 아직 1군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의욕만 충만한 신인들이 자칫 무리하다가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다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2군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느 곳인지는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다. 육선엽은 "직접 들은 건 없다. 1군으로 가면 좋겠지만 아마 2군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사실 어디든 상관없다. 나중에 경기에 나가서 잘 던지기 위한 과정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원태인이 확실히 선발 로테이션 세 자리를 확보하고 있고 현재까지 4선발로는 백정현이 앞서 있는 모양새다. 다만 5선발 자리는 무주공산이다.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육선엽이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통해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첫 시즌부터 꾸준히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160㎞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구속 증가를 보여준다면 2005년 오승환 이후 끊긴 투수 신인왕으로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될 수도 있다.
가장 경계하는 건 장충고 동기이자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다. 그와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그림을 상상한 육선엽은 "같이 경기에 나가게 되면 서로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지고 싶지는 않다"며 "사실 2023년을 앞두고 최동원상을 목표로 삼았는데 수상을 목표로 하니까 자꾸 내것이 망가졌다. 그래서 신인상은 잘하면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우선 눈앞의 전지훈련이 가장 중요하다. 육선엽은 "제 꿈이 선발 투수이기 때문에 투구 수를 최대한 줄이려면 제구가 우선이 돼야 한다. 제구를 더 가다듬고 확실한 위닝샷인 주무기 너클 커브와 지금 열심히 던지고 있는 포크볼을 확실하게 익힐 계획"이라며 "선배들이나 코치님들께 많이 여쭤봐서 경기 운영하는 것이나 요령에 대해서도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욕심을 나타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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