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의 투자레슨]美 금리인하, 과도한 기대는 금물

송길호 2024. 1. 1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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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자산 가격의 상관성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은 상반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주식 가격이 올라갈 때 채권 가격은 하락(금리 상승)하고, 주가가 떨어질 때 채권 가격은 상승(금리 하락)하곤 했다.

이런 교과서적인 반응은 자산 가격이 경기로 대표되는 펀더멘털 요인에 주로 반응한 데 기인한다. 즉 경기가 좋을 때 주가가 상승하고, 자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돈의 가격인 금리도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이를 반영해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 수요 위축 등 자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도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과 채권 가격은 뚜렷한 동조화를 나타내고 있는데, 작년 하반기 이후의 시장 흐름이 이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를 넘어 5%까지 상승했던 2023년 8~10월 S&P500지수는 10.2% 하락했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5%에서 3.8%대까지 하락했던 11~12월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6.1% 급등했다. 또한 금년 들어 금리가 반등하면서 4%를 넘어서자 주가도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간 분산투자 효과는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중앙은행에 의한 자원배분 왜곡과 펀더멘털의 장기 정체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대부분 정부 부채가 급증했다.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은 최대한 끌어올리고,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용인하면서 금리는 펀더멘털(실질성장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합)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이후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인위적 저금리 환경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자원은 채권자에서 채무자에게로 이전됐다. 또한 저금리의 풍선효과를 만끽한 자산시장은 정책 중독증에 빠졌다. 금리 변동이 곧 가격 변동인 채권 역시 중앙은행이 주입한 유동성 버블로 부풀어 오른 대표적 자산이었다. 통화정책은 주식에게도 좋았고, 채권에게도 좋았다.

중앙은행의 입김은 세졌지만, 민간의 펀더멘털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물요인이 주식과 채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부터 2023년 말까지 S&P500지수는 연평균 11.3% 상승했다. 미국 증시 13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강세장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1.8%에 불과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성장의 괴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우리 시대 기술 혁신이 가진 독특한 특성에 기인한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보다는 기존 플레이어들의 파이를 뺏는 과정에 다름아니었다. 아마존의 약진은 전통 유통업체인 시어스백화점의 파산을 가져왔고, 쿠팡의 도약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쇠퇴를 불러왔다. 얼마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택시 서비스 ‘타다’ 역시 새로운 여객 수요를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전통적 택시 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잠식했다. AI (인공지능) 역시 일의 효율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지만, 당장은 AI 개발에 앞장섰던 빅테크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진 배타성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Magnificent 7’으로 불린 빅테크 기업들의 차별적 상승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형 기술주들은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탁월함을 주가가 얼마나 반영하고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성장주들의 적정 가치는 늘 논란이 되지만, 중앙은행이 만들어낸 저금리 환경이 이들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됐음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주식시장은 금리 움직임에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도 연준이 언제부터, 얼마나 금리를 낮출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작년 말까지의 기대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처음 인하하고, 연내 여섯 차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데 모아졌다. 과한 낙관론이 아닐까 싶다. 핵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아직도 3%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12월 지표에서 확인된 것처럼 고용도 여전히 강하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재정지출이 그간 연준이 행한 긴축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 시기는 빨라도 2분기 후반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일단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공격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기대도 과하다. 올릴 때나, 내릴 때나 연준이 연속적으로 금리를 조정했던 것은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경험칙이기는 하다. 2001~2003년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6.5%에서 1.0%까지 낮췄고, 2007~2008년에는 5.25%에서 0.25%까지 낮췄다. 다만 연준이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춘 것은 아니었다. 과거의 공격적 금리 인하는 전형적인 ‘리세션 컷’이었다. 직전의 긴축 과정에서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어 무너져내린 데 따른 대응책으로서의 공격적 금리 인하였다. 2001~2003년의 금리 인하는 IT버블 붕괴와 미국 경제 더블딥의 반작용이었고, 2007~2008년의 금리인하는 모기지 시장의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심각한 경기 침체가 동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시장 금리는 이미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작년 말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3.8%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5.375%(5.25~5.50%의 중간값)인데, 여섯차례 0.25%포인트 인하를 가정할 경우 3.875%까지 내려오게 된다. 만기 하루짜리 단기금리가 3.8%대인데, 10년물 장기국채 금리가 3.8%라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시장의 기대대로 연준이 금리를 여섯 차례 정도 연이어 낮추더라도 10년물 국채금리는 4% 위에 있는 게 정상이다. 금리가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과하다. 금리가 반등하면서 주식시장도 조정을 받는 흐름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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