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후진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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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국립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 일종의 자아비판을 해보자.
이런 건 당연히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마냥 좋아만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말로 저들을 추월한 것일까? 반갑기는 했지만 선뜻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걸 버리고 진정한 선진사회로 나아갈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세계6위의 선진국이라는 저 영광을 자진해서 반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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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ㆍ경남=뉴스1) 이수정 국립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 일종의 자아비판을 해보자. 이런 건 당연히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다. 무엇의 발전? 국가의 발전이다. 무엇의 비판? 국가의 비판이다. 왜? 이대로는 좀, 아니 많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2023년의 저 난분분한 사건·소식들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 매체 의 보도, ‘세계 국력 순위’였다. 우리 한국이 종합 6위다. G7 멤버인 프랑스와 일본을 제친 눈부신 결과다. 누군들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가슴이 뿌듯했다. 특히 우리를 침략-지배했던 일본을 제쳤다는 것은 특별히 주목할 부분이다. 일본은 아마 엄청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마냥 좋아만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말로 저들을 추월한 것일까? 반갑기는 했지만 선뜻 수긍하기 어려웠다. 너무나 많은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는 부끄러운 문제들이다. 비판이 필요하다.
정치의 후진성이나 총체적 분열, 대립상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주제이니 아예 입을 다물자. 각론 중에서 하나만 좀 건드려본다. ‘지방’의 문제다.
먼저 철학을 하나 동원하겠다. 20세기 현대철학의 ‘히어로’ 중에 자크 데리다라는 인물이 있다. 난해하기 짝이 없는 철학을 전개했는데 의외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왜였을까? 철학평론을 하자고 들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아마도 그 핵심 이유는 그가 저 전통적-고질적인 그리고 프랑스 철학의 특징인 ‘2항대립’을 주시하며 자신의 시각으로 ‘중심-주변’이라는 현상을 부각시켰고 그런 논의를 통해 소외된 ‘주변’을 옹호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프랑스 철학 특유의 휴머니즘이 흐르고 있다.
그 데리다를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 왜? 주변의 옹호라는 그 철학이 우리나라에서도 또한, 아니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로 그 ‘중심-주변’이라는 2항대립의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중심은 당연히 서울이다. 혹은 인천-경기를 포함하는 수도권이다. 우리의 ‘중앙집중’은 거의 병적이다. 아니 거의 광적이다. 좀 과장하자면 서울이 아니면 한국도 아니다. 명색이 2대 도시인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최근에 발생한 제1야당 대표의 피습과 서울 이송이다. 물론 민주-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 단, 서울 이송은 그 어떤 설명·해명·변명에도 불구하고 ‘부산’에게는 상처로 남았다. 부산은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재확인했다. 중심에 대한 주변이라는 신세다. 부산대 병원에는 외상 전문센터가 있고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했다. 그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힌 것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 지방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신뢰가 덜 간다는 것이었으리라.
그런 선입견은 의외로 뿌리가 깊다. 지방의 인재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2급으로 치부된다. 도매금으로 넘어가 시시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람들은 의외로 잘 모른다. 어느 분야 가릴 것 없이 지방에도 우수한 인재들은 넘쳐난다. 서울 중앙을 능가하는 특급 인재들도 적지 않다. 그런 그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오직 지방이라는 이유로 짓밟힌다면, 이런 걸 온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사고방식은 너무나 후진적이다. 너무나 ‘후진’ 생각이다. 구조를 수선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사실 똘똘한 몇 사람이 모여 정교하게 정책을 다듬으면 단기간에 해결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중심의 기득권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걸 버리고 진정한 선진사회로 나아갈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세계6위의 선진국이라는 저 영광을 자진해서 반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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