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받은 광주통합돌봄의 구멍…60대 고독사 5일 만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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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문의'라는 벽보가 붙은 원룸은 고요했다.
10일 오후 5시30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서남동의 한 원룸 앞 도로로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강수훈 광주시의회 의원이 지난해 2월 대표 발의해 제정한 '광주광역시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를 통해 고독사 관리 대상을 65살 이상 노인으로 제한했던 규정을 없앴지만, 현장에선 아직 관리 대상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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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문의’라는 벽보가 붙은 원룸은 고요했다. 10일 오후 5시30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서남동의 한 원룸 앞 도로로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대학가 원룸촌에 있는 이 원룸은 광주 동구청에서 직선거리로 1㎞ 남짓한 거리에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6시께 이 원룸에 혼자 살던 이아무개(61)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원룸 주인 임아무개(92)씨가 세입자 이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3일 오후가 됐는데도 (이씨의) 원룸에 불이 꺼져 있더라고. 고향에 갔는개비다 했지. 그래도 궁금해 (이씨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고. 집에 찾아갔더니 그 동생(이씨)이 침대에 누운 채 있더라고.”
이씨는 지난해 9월께 월세가 비교적 저렴한 이 원룸에 들어왔다. 주인 임씨가 기억하는 이씨는 “참 착했던 사람”이다. 시장에서 좌판을 벌였다가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씨는 무직자로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말 사고를 당해 장 수술을 받았던 이씨는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해 9월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월 70만원의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이씨의 사망 시각을 지난해 12월29일께로 추정하고 사인에 대해선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에 사는 자녀들이 이씨의 주검을 인계받아 장례 절차를 치렀다고 한다. 행정기관에선 가족·친척과 단절된 채 혼자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홀로 죽음을 맞고 사흘 이상이 지나 주검이 발견되면 고독사로 본다. 광주 동구청은 “이씨의 죽음은 고독사”라고 했다.
문제는 이씨가 행정기관의 고독사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송경란 동구청 돌봄정책 계장은 “일주일에 두차례씩 자동콜로 안부전화를 하는 ‘모바일 안심케어서비스’는 65살 이상 노인들만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수훈 광주시의회 의원이 지난해 2월 대표 발의해 제정한 ‘광주광역시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를 통해 고독사 관리 대상을 65살 이상 노인으로 제한했던 규정을 없앴지만, 현장에선 아직 관리 대상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 민선8기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광주 통합돌봄 정책’도 이씨의 고독사를 막지 못했다. 통합돌봄 정책 예산은 지난해 102억원, 올해는 107억원이다. “직접 신청하러 나오지 못하는 초고령 노인과 1인가구 등을 ‘의무 방문’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핵심”이라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강은숙 시 돌봄정책과장은 “모바일 안심 서비스 대상이 8645가구인데 시 자체 예산으로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홀몸노인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서비스 대상을 모두 4758가구나 늘렸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통합돌봄 정책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광저우 국제도시혁신상’ 최고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씨의 죽음 이후 현장에 나와 그 원인을 파악하는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도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도 아무도 안 왔습디다. 그래도 어쩌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한번은 와봐야지. 오기가 힘들면 전화라도 한번 해봐야지, 그래야 쓰겄오?” 이웃의 죽음을 발견한 원룸 주인의 쓴소리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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