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움직인 수원, 선택은 '리얼 블루' 염기훈…팬들 만족시킬 대안은?
프로축구 K리그2(2부)로 강등된 수원 삼성이 선택한 차기 사령탑은 '레전드' 염기훈(40)이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수원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염기훈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전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수원은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8승9무21패 승점 33)에 머물며 강등 수모를 겪었다. 이병근 감독과 김병수 감독을 차례로 경질하는 강수를 뒀지만, 반전은 없었다.
시즌 중 플레잉 코치를 맡았던 염 감독은 김병수 전 감독이 지난 9월 부임 4개월 만에 경질되면서 감독 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염기훈 감독 대행 체제에서도 다이렉트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K리그1 4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수원이 몰락하는 순간이었다. 수원은 모기업의 탄탄한 지원으로 한때 K리그를 제패했으나, 운영 주체가 2014년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뒤 투자가 감소하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그쳤다. 그 결과 지난 시즌 창단 첫 강등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강등에 따른 주축 선수들의 이탈은 불가피했다. 1월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수비수 고명석은 대구FC, 미드필더 한석종은 성남FC로 떠났다. 여기에 팀의 상징과도 같던 '핵심' 권창훈이 전북으로 이적해 팬들은 극심한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수원 유스 출신인 권창훈은 2017년 프랑스 진출 전까지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만큼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유럽 무대 도전을 마치고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로 돌아온 그를 받아준 팀도 수원이었다.
권창훈은 수원으로 돌아온 2021시즌 리그 11경기 1골에 그친 뒤 김천 상무에 입대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부상 탓에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팀이 강등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 수원에 변화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강등 직후 이준 대표이사와 오동석 단장이 사임했으나, 이후 한 달이 넘도록 후속 인사가 없었다.
이에 수원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는 지난 4일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구단에 간담회를 요청했다. 이들은 "모기업 또는 운영 기업 담당자, 대표이사 및 단장, 구단 프런트 내 각 파트장, 감독 및 선수단 대표 1~2인의 참석을 요청한다"면서 "팀에 대한 진정성과 발전을 위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간담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여전히 간담회는 성사되지 않았으나 수원은 마침내 단장과 감독을 선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8일 박경훈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 이사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 뒤 염기훈 감독대행을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 선임했다.
수원의 신임 감독 조건은 아래와 같다. ▲패배감 극복과 새로운 목표 제시 및 수행 ▲혼선없는 선수단 개혁 추진 ▲주요 핵심선수들의 이탈 방지 ▲구단의 장기적 발전 계획 수행 등으로 정하고, 복수의 감독 후보를 면밀히 검토했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염 감독이 창단 후 최대 위기 상황을 조속히 타개하고 선수단을 응집시켜 다시금 K리그1으로 복귀시킬 적임자로 결정했다.
구단은 "선수단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염 감독이 당면 문제 해결과 팀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선임의 전권을 갖고 새로운 사단을 구축하고, 선수단 재구성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염 감독 선임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수립해 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 신임 단장은 "중요한 시기에 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용감한 변화와 대담한 실행을 바탕으로 팀의 K리그1 승격과 명가 재건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염 감독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K리그1 재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며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팬들이 있는 한 반드시 재도약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앞서 '프렌테 트리콜로'는 염기훈 감독 선임설이 나오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프로에서 정식 감독으로 지휘 경험이 없는 감독은 승격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재창단의 각오로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본인들의 말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구단의 행태로 미루어 보아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할지 또한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염 감독은 감독 대행을 맡기 불과 4달 전까지만 해도 선수로 경기를 뛰었다. 감독 대행으로서는 7경기 3승 2무 2패(승점 11)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강등을 막지는 못했다. 검증되지 않은 '초보 감독'에게 승격 임무를 맡긴다는 데에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또 한 명의 레전드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앞서 수원은 '리얼 블루'라 불리는 윤성효, 서정원,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등 구단 레전드 출신들을 감독으로 앉혔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염기훈 역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수원에서 뛰며 팀의 최다 출전, 최다 골, 최다 도움, 최다 공격 포인트 등 대기록을 세운 레전드다.
그동안 염 감독을 향한 팬들의 감정은 연민에 가까웠다. 강등 직후에도 염 감독의 응원가를 부르며 격려를 보냈다. 하지만 염 감독이 신임 사령탑에 선임된 뒤에는 일부 팬들이 SNS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며 등을 돌렸다.
'프렌테 트리콜로'는 감독 선임 후 10일 재차 간담회를 요청했다. 이들은 "3차 (간담회) 요청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고, 그 사이 단장과 감독이 선임됐다"면서 "구단은 서포터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은 11일 오후 2시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박경훈 단장과 염기훈 감독의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팬들이 만족할 만한 승격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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