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대한민국은 주적” 못 박아… 정부 “도발 단호 대응”

군수공장 방문서 대남공세 강화
“전쟁 피할 생각 없어” 초토화 위협
핵억제력 강화 내세우며 ‘초강경’
총선 앞두고 군사도발 등 우려 속
전문가 “단기적 위기관리 필요”
외교부 “北 말장난에 불과” 일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은 주적(主敵)”이라고 말했다. 민족관계를 폐기하고 남북관계가 ‘국가 간 관계’라며 대남노선의 근본적 변화를 선언한 데 이어 극단적인 대남공세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그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 군수공장 현지 지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뒷줄 오른쪽)이 8, 9일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을 ‘주적’으로 지목하며 전쟁 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8, 9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 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시면서 우리와의 대결 자세를 고취하며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적대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제일로 중시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자위적 국방력과 핵전쟁 억제력 강화”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남한)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도 2022년 4월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직접 언급은 곧 당의 방침이자 정책 노선화된다는 점에서 향후 대남 초강경 행보가 군사를 비롯한 다양한 부서에서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주적화 행동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2~4월, 8~9월 한·미 연합훈련 등에 맞춰 공세적 대응이나 한국 총선(4월10일)을 염두에 둔 긴장 조성을 위한 위협 시위용 훈련, 무기 시위, 무인공격기, 무인정찰기, 수중무기 동원 대응 어려운 무기 위협 시도”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근 8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우리 정권과 체제를 뒤집자고 피눈이 되여 악질적인 대결사만을 추구해 온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이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역사적 시기가 도래했다”며 “이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새로운 변화 국면에 주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결코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며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주저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초강경 입장 변화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더 큰 무력충돌로 갈 가능성, 북한의 오판을 막도록 대비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위기관리가 필요하며 북한 도발에 압도적 대응하겠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압도적 대응보다는 비례 대응,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고 설령 무력충돌이 발생한다고 해도 확전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이 북한을 상대로 먼저 무력 사용을 한 적이 없는데도 이를 전제로 ‘대한민국 초토화’ 운운하는 것”이라며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한반도에 인위적으로 긴장을 조성해보려는 시도는 결국 북한 정권 스스로에게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