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초읽기… 채권단 75% 동의 얻을 듯
금융위, 의결권 배분 기준 제시
11일 서면으로 동의 의사 표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에 청신호가 켜졌다. 채권단은 태영그룹과 사주 일가가 지주사인 TY홀딩스(티와이홀딩스)·SBS 지분까지 내놓겠다는 추가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 워크아웃 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부터 1금융권·2금융권 금융채권자의 입장이 이렇게 정리되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워크아웃 개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별, 보증 방식별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최종 기업개선계획 약정 체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개선계획에는 PF사업장 처리방안, 재무구조 개선방안, 유동성 조달방안, 회사 경영계획 및 경영관리 방안 등이 담긴다.
◇ 11일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개최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0일 주요 채권자를 소집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관련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1금융권을 비롯해 새마을금고중앙회·농협중앙회·신협중앙회·저축은행중앙회·여신금융협회 등 2금융권도 참석했다.
채권단은 이날 회의에서 태영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과 계열주(총수 일가)의 책임이행 방안을 살펴본 뒤 “충분히 이해하고, 이러한 자구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워크아웃 개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영그룹과 대주주는 지난 9일 ▲태영건설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후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기존 자구계획을 확약했다. 또, 티와이홀딩스(27.8%)와 윤석민 회장(10.0%)·윤세영 창업회장(1.0%)이 보유한 태영건설 주식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고, 티와이홀딩스가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의 지분을 담보로 하는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을 통해 기존 담보대출(76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만약 자구계획 이행이 지연되거나 유동성 부족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계열주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 보유 SBS 지분을 신규자금 지원을 위해 태영건설 채권단에게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 가운데 이를 확정하는 제1차 금융채권단협의회가 11일 열린다. 협의회에서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의결권은 채권자가 가진 신용공여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감독규정 제정을 고시하며 의결권 배분 기준을 명확히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됐다가 재입법됨에 따라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지정한 것”이라며 “태영건설 채권단에 가장 먼저 적용된다”라고 설명했다.
신용공여의 범위는 ▲대출(거래상대방과 기업 간에 한도거래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는 한도액 기준) ▲어음 및 채권 매입 ▲지급보증 및 지급보증에 따른 대지급금의 지급 ▲시설취득자금에 대한 거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대여 ▲기업이 실질적으로 제3자의 채무이행을 담보·보증하기 위한 목적의 거래로서 기업의 지급불능 시 이로 인해 거래 상대방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거래 등이 포함된다.
이 범위에 따라 산업은행을 비롯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34%가량의 의결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캐피탈 등 다른 금융업권의 의결권이 45%에 달하지만, 이미 주요 채권단 회의에서 협회나 중앙회를 통해 워크아웃 개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는 무리 없이 동의율 75%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 실사·기업개선계획 준비 과정서 채권단 이견 커질 수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이는 기업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최종적으로 약정할 때까지 채권자 간 의견 충돌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한 이후 3개월에 걸쳐 기업 실사 등을 통해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사업장별, 보증 방식별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최적의 기업 정상화 방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의 이견이 클 경우 워크아웃이라는 큰 틀 하에서 부동산 PF 사업장별, 신용공여 형태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영 정상화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에 의견을 달리하는 금융사는 없으나, 본격적으로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PF 사업장별로 대주단이 다르고, 또 보증 방식별로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라며 “준공책임보증, 자금보충협약 등 PF 보증에 대한 형태가 다르고, 사업장별 정상화 가능성 여부도 달라서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으므로 의견 일치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일괄적으로 워크아웃을 진행하기는 꽤 어려워 워크아웃이라는 큰 틀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따로 따로 진행될 수도 있다”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전했다.
기업개선계획을 결의하는 제2차 협의회는 오는 4월 11일 개최될 예정이다. 이때 산업은행은 외부기관을 통해 신용공여액을 재산정해 채권자별 의결권을 다시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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