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신원식 "북한, GP 지하시설 보존하고 있었다"

박수윤 2024. 1.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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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한 줄 알았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실은 지하시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었다는 군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0일 국방부 청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잇단 도발은 고립과 제재를 강화하는 '죽음의 독배'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를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 북한이 잇단 무력도발을 하면서 우리 군도 상응한 조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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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개발은 '만능의 보검' 아닌 '죽음의 독배' 알아야"
6년5개월 만에 사격훈련 해병대에 "해병대가 돌아왔다" 극찬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1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은정 박수윤 기자 = 북한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한 줄 알았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실은 지하시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었다는 군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0일 국방부 청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잇단 도발은 고립과 제재를 강화하는 '죽음의 독배'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를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는 14일 취임 100일을 맞는 그는 올해 우리 군을 정예선진군대로 변혁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다음은 신 장관과 일문일답.

-- 북한의 GP 상태는.

▲ 북한은 위에서 보이는 감시소만 파괴하고 나머지 내부 지하는 전혀 손을 안 댄 것 같다. 바로 수리하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GP에 (병력과 장비를) 바로 투입했다는 건 지하에 기본적으로 지낼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 다 파괴됐다면 지금쯤 다시 공사를 해야 했는데, 공사 징후는 없다.

-- 2018년 우리측 검증반이 투입돼 GP 파괴 여부를 검증했던 건 거짓이었나.

▲ 즉답을 드리기 어렵다. 다만 현재 보기에는 (북한 GP가) 많이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우리 군의 GP 복원 계획은.

▲ 우리는 당시 GP를 완전히 성실하게 파괴했기 때문에 복원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산도 들고 겨울이라는 점 등 어려움이 있다. 감시 공백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 북한이 잇단 무력도발을 하면서 우리 군도 상응한 조치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 필요하다. 국방부 혼자 할 수는 없고,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이 적대행위 중지구역 합의를 오랫동안 어겼기 때문에 우리도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 평시 훈련에서 흘린 땀 한 방울이 전시 피 한 방울을 대체한다. 우리가 선제 도발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북한이 도발했을 때 우리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어성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적대행위 중지구역 때문에 제한돼온 훈련은 별다른 절차 없이 자위권 차원에서 재개하면 된다. 각 군에서 자율적으로 훈련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나.

▲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지 않는 한 쉽지 않아 현재로선 어렵다. 다만 상황이 조성되면 언제라도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기계적 준비는 철저히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 올해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많다.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 형태는.

▲ 북한은 한국 총선을 계기로 천안함 때처럼 도발 징조를 짐작하기 어려운 도발이나 도발 주체를 식별하기 곤란한 직접적인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대규모 해킹 등으로 사회적 혼란을 조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대선 전에는 정찰위성·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로 대북 강경책의 철회를 유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략환경 조성을 시도할 수 있다.

김정은 "대한민국은 우리의 주적…전쟁 피할 생각 전혀없어"

- -북한의 핵 위협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할수록 고립과 제재가 심화하고 주민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핵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반면 안보 불안과 체제 불안정은 심화하는 '핵개발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우리가 3축체계 강화, 핵협의그룹(NCG) 설치, 맞춤형 억제전략 개정, 한미일 공조 강화 등으로 억제·대응 태세를 강화하자 김정은은 '적이 핵 도발시 핵공격'이라며 조건부 강경 조치를 말한다. 겁먹은 듯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김정은에게 핵 개발은 만능의 보검이 아니라 죽음의 독배임이 자명해지고 있으며, 김정은도 이를 알아야 한다.

-- 북한이 연말 전원회의 보도에서 '남반부 전 영토 평정' 등을 언급한 의도는.

▲ 의도적으로 전쟁 위협을 과장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경제상황 호전이 어려운 가운데 위기를 고조시켜 체제를 결속하려는 의도다. 전쟁발발 가능성을 부각해 민심 이반과 불만을 억제하고 주민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북한의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이 올해로 4년 차가 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 북한은 그동안 다수의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나, 목표로 제시한 '초대형 핵탄두 생산'과 'ICBM 명중률 제고' 등의 국방분야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핵실험과 ICBM 정상각도 발사 등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북한은 올해도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즉각, 강력히, 끝까지'라는 우리 군의 원칙에 대해 북한은 '도발적인 객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 북한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응징이 곧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는 우리 군의 강력하고 일관된 능력과 태세에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처럼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나라는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게 대한다. 그러나 불법적인 집단인 북한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우리가 약하게 보이면 북은 강해진다. 우리 군의 '즉, 강, 끝' 태세에 겁먹고 있는 북한은 반드시 우리에게 굴복할 것이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자신들이 포 사격을 한 게 아니라 폭약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는데.

▲ 김여정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허위 주장을 주도한 사례가 있다. 2022년 8월 11일 북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이 대북전단이라고 하거나, 그해 8월 17일 순항미사일 발사지점을 평남 온천비행장이 아니라 '금성다리'였다고 하는 식이다. 우리 군의 정보 능력에 대해 북한이 당황한 나머지 수준 낮은 대남 심리전을 한 것으로 보이며, 말도 안 되는 코미디 같은 저급한 선동이다.

해병대 장병들과 기념 촬영하는 신원식 장관 (서울=연합뉴스) 1일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장병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1.1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지난 5일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포 사격을 하자, 우리 해병대가 즉각 대응 해상사격 훈련을 했는데.

▲ 한마디로 "해병대가 돌아왔다". 사안이 발생한 뒤 이렇게 빨리 사격했다는 건 평소 준비가 잘 됐다는 뜻이다. 장병들의 임무 수행은 완벽했다. 이는 9·19 군사합의 이후 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서북도서 부대가 싸워야 할 곳에서 실전적으로 훈련한 것이다. 해병대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역시 해병대다운 기질이 살아 있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은.

▲ 한미핵협의그룹(NCG) 제3차 회의에서 한미가 서명해 확장억제를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조치가 있을 것이다.

--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실효성 있는 확장억제 체제를 만든다는 것인가.

▲ 국가 간 약속하면 일방이 이를 되돌리긴 쉽지 않다. 미국 같은 글로벌 리더십이 있는 나라가 동맹국과 서명한 행위를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 곧 장관 취임 100일을 맞는다. 장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일에는 첫째, 해서 안 될 일, 둘째, 꼭 해야 할 일, 셋째, 하나 마나 한 일이 있다. 이 가운데 꼭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사단장이라면 책임지역을 적의 어떠한 도발과 침략에도 지키면 된다. 그 밖의 일은 전화나 비대면 보고를 하고 빨리 끝내야 한다. 일할 때 집중해서 하고 쉴 때는 푹 쉬어야 조직에 성과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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