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400만 개미 투자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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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로 80% 상승. 30만원으로 100억 벌기. 황현희의 투자 방법 공개. 즉시 황현희를 추가하고 무료로 받아보세요."
이처럼 유명인을 사칭한 주식 투자 광고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꽤 됐지만, SNS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칭범이 노리는 개인 투자자, 일명 '개미'는 최근 정치권에서도 인기다.
이런 대책보다는 항상 보는 SNS에서 사칭 광고가 없어지는 게 개인 투자자에게 더 와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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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로 80% 상승. 30만원으로 100억 벌기. 황현희의 투자 방법 공개. 즉시 황현희를 추가하고 무료로 받아보세요.”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 타임라인을 내리다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개그맨 ‘황현희’라는 이름의 계정 옆엔 정치인·연예인 등 공인이 주로 가지고 있는 파란색 인증 마크(블루 배지)가 달려 있었다. 사진 합성도 그럴듯한 데다가, 실제로 경제 채널에 출연했던 영상을 짜깁기해 사칭 계정임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혼동이 올 만했다.
이처럼 유명인을 사칭한 주식 투자 광고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꽤 됐지만, SNS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처벌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칭범들은 이에 힘입어 수법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유명인이 육성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언론사 기사 레이아웃까지 이용해 가짜 인터뷰 기사를 제작하기도 한다. 연예인이 아닌 주진형 전(前) 한화투자증권 대표,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유명한 인사들도 사칭 광고에 등장한 지 오래다.
‘누가 그런 것에 속나’ 싶지만, 금융에 취약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일례로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른바 ‘배터리 아저씨’라고 불리는 박순혁 작가 등 유명인을 사칭한 사기범에 속아 거액의 투자금을 잃은 투자자들의 집단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이다. 피해를 호소한 인원은 고소에 참여한 인원을 비롯해 130여명으로, 피해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를 규제하거나 처벌하는 방안은 사실상 ‘제로(0)’다. 우선 범죄 자체가 온라인에서 차명·가명 등으로 이뤄져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으면 피해구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사칭 광고를 SNS에서 내리기도 쉽지 않다. 유명인 사칭 건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따르면 불법정보로 규정돼 금지된다. 하지만 피해를 본 사람의 심의 신청 없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제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사칭 광고에 이용당한 유명인들도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긴 마찬가지다. 주진형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소장 제출 후기’를 남긴 바 있다. 그는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황당하게도 ‘유명인 사칭 주식투자 광고는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적었다. 주 전 대표는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에도 해당 광고 게시 중단을 요청했지만 “규정 위반이 아니라 삭제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사칭범이 노리는 개인 투자자, 일명 ‘개미’는 최근 정치권에서도 인기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1400여명에 달하는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연초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현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거래소 증시 개장식에 참석하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했다. 공매도 금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완화에 이어 개미의 마음을 사로잡을 또 다른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이 개인 투자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부과될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 미만에 불과하다. 10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해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도 주위에 흔히 있는 개미라고 보기 어렵다.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서 주가가 눈에 띄게 살아난 것도 아니다. 이런 대책보다는 항상 보는 SNS에서 사칭 광고가 없어지는 게 개인 투자자에게 더 와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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