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촉각' 대만 총통 선거 D-2…국제질서 첫 시험대 오른다
공표금지 기간 직전 '친미·독립' 라이칭더 소폭 리드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향후 4년간 대만을 이끌 총통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미중 대리전'으로도 평가받는 이번 선거에서 대만 정권이 8년만에 친미·독립 성향을 버리고 친중 노선을 선택하게 될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 총통 선거, 어떻게 진행되나?
1월13일 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실시되는 총통 선거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선거 당일 대만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세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총통·부통 △지역구 의원 그리고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등 세 가지에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만 입법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 73명, 비례대표 의원 34명, 대만 원주민 대표 6명 등 국회의원 113명도 선출한다. 임기는 총통과 동일하게 모두 4년제다.
대만에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은 비교적 까다롭다. 20세 이상 성인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자신이 등록된 후코우(户口·호적)에서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 기간 때마다 전국민이 선거를 위해 귀향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또한 대만은 부재자 투표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반드시 귀국해 직접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재외 대만인은 전체 유권자의 10% 수준인 200만명으로 추정되며 대다수가 중국 또는 미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 수가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대만으로 귀국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에서 총통 투표율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에 속한다. 많은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에서 실시된 지난 두 차례 총통 선거에서 투표율이 2016년 66.27%, 2020년 74.9%에 달했다. 다만 이번 선거는 홍콩에서 반중 시위가 한창이었던 2020년 때와는 달리 투표율이 2016년도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 민진당 라이칭더·국민당 허우유이·민중당 커원저…총통 후보 3인방 누구?
"대만은 이미 주권 독립 국가. 독립 선언 다시할 필요가 있나."
1959년생으로 올해 만 64세인 라이칭더는 전형적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는 2살 때 부친을 사고로 잃었지만 학업에 소질이 있어 명문고를 졸업했고 의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도 공공보건학 석사를 공부했다.
그러다 라이칭더는 민진당 후보로 출마한 한 정치인의 선대위 선거운동을 도운 것을 계기로 정계에 발을 들였고, 1996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낙선한 경험이 없다.
행정원장 시절 라이칭더는 자신이 대만 독립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밝혔고, 총통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대만이 이미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별다른 독립 선언이 불필요하다고 말해 중국을 자극시키기도 했다.
라이칭더 후보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를 추구한다. 차이잉원 현 총통의 친미 정책을 계승하고, 경제 교류는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단 공약이다.
"민진당이 중국과 소통하지 않았기에 대만 해협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제1야당 국민당의 후보인 허우유이는 1957년생, 만 66세이며 전직 경찰 출신이다.
그는 경찰청장 등 고위직을 지내다 은퇴한 이후 2010년부터는 약 8년간 신베이 부시장, 2018년엔 신베이 시장에 오르며 점차 정계에 입문했다. 허우유이는 중국을 인정하고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한다.
"양안은 모두 한 가족.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어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중도 노선의 커원저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후보로 꼽힌다.
라이칭더 후보와 마찬가지로 의사 출신인 커원저 주석은 '양안일가친'(兩岸一家親·양안은 한 가족)이란 이념을 지지하며 양안관계를 개선하는 노선을 추구한다.
그는 기본적 외교 노선은 차이잉원 총통을 따를 것이지만, 양안 관계에 있어서는 더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어필하면서 양안 관계에 있어 중국과 '서로 알고, 이해하고, 양해하고, 존중하고, 협력하자'는 '5대 상호' 원칙을 공약하고 있다.
오는 13일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인은 내년 5월20일 차이잉원 총통의 뒤를 이어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 민진당 소폭 리드…공표 금지기간 변화 있을까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전 발표된 지지율을 살펴보면 민진당이 소폭으로 리드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라 후보자들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고, 중국의 선거 개입과 재외국민 투표 등 변수도 존재해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3일부터는 총통 선거 종료 시점까지 여론조사 발표에 대한 '블랙아웃'(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를 실시 중인데, 이달 2일까지 타이완뉴스가 현지 여론조사 14개를 종합한 결과 독립·친미 성향 라이칭더 후보의 지지율은 35.25%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친중파인 국민당 허우유이는 28.72%를 기록했고 커원저 후보는 23.99%로 3위에 안착해 있다.
지난해 11월 국민당과 민중당 등 야권은 정권교체를 위해 총통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침에 합의, 후보 등록 마감일 직전까지 야권 단일화를 협상했지만 후보자 선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단일화는 불발됐다. 이후 커원저의 지지율은 추락세를 보이다 최근들어 이탈한 지지층이 다시 집결하고 있는 양상이다.
◇ 지정학적 위기 고조...대만 총통 선거 왜 중요한가?
이번 선거는 결과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지형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할 경우 양안해협에선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될 것이 자명하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7년을 목표로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하라고 거듭 촉구해왔는데,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 역시 시 주석의 이 같은 주문 탓이다.
반면 친중 노선인 국민당이 정권 교체를 이뤄낼 경우 대만은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는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 재개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이들 중 그 누구라도 정권을 잡게되더라도 양안의 관계 개선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민당 정권 시절인 2013년 대만이 중국과 체결한 CSSTA는 중국·대만 간 금융·의료·관광·문화·통신 등 서비스산업 시장을 상호 개방하는 협정인데, 이 협정이 재개될 경우 대만 경제는 중국에 의존도를 높여 끝내 예속될 것이란 비관론도 존재한다.
한편 중국 관영 언론들은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할 경우 대만 경제가 '나락'으로 갈 것이라고 압박하는 반면 중국과 관계를 회복할 경우 경제적으로 부흥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발신해왔다.
언뜻보면 대만 유권자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독립 성향의 민진당을 전폭 지지할 것이라는 오해에 휩싸일 수 있다. 하지만 대만 유권자들은 '통일' 또는 '독립'이란 심오한 주제보단 정당별 부패와 저임금·고물가와 같은 국내 현안을 더욱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고 한다.
8년째 집권 중인 민진당이 대중의 심판론에 부딪혀 정권을 국민당 또는 민중당에 내어줄지 여부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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