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운명의 날 밝았다…워크아웃 개시에 무게

김형섭 기자 2024. 1.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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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채권단, 태영 자구안에 워크아웃 개시 공감대
중소채권단 입장 따른 불확실성도 남아…설득 여부가 관건
서면으로 채권단 결의 취합…12일께 결과 발표될 듯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산업은행이 주요 채권단을 재소집해 태영 측이 내놓은 워크아웃 추가 자구안에 대해 논의한다. 산업은행은 10일 오전 산업은행에서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등 주요 채권자들을 재소집한다. 회의에는 태영그룹 임원들이 직접 참여해 자구안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워크아웃 개시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4.01.1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9조원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운명이 11일 결정된다.

태영그룹이 지주사인 TY(티와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담보제공 등을 약속하고 채권단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워크아웃 개시에 무게가 쏠린다. 다만 채권단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중소채권사 입장이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산업은행은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채권금융사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산업은행은 서면으로 워크아웃 개시 결의를 받을 예정으로 12일께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서면결의로 시간 제한 없이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라며 "오늘 저녁 늦게까지 서면결의가 들어오는대로 취합해야 해서 실제 발표 시점은 12일 오후 정도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이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회생방식을 말한다. 부도를 막고 해당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한때 대주주 사재출연과 자구안 이행 여부 등을 놓고 태영그룹과 채권단 간 공방이 펼쳐지면서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지난 9일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채권단 분위기는 많이 호전된 상태다.

태영그룹이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내놓은 1차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이다.

TY홀딩스(27.8%)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10.0%), 윤세영 창업회장(1.0%)이 보유한 태영건설 주식에 대한 경영권 포기 및 의결권 위임, 감자·주식처분 동의와 태영건설 보유 자산의 담보 제공 또는 매각도 약속했다.

채권단과 태영그룹 측은 1차 자구안 가운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890억원이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데 쓰인 것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지난 8일 TY홀딩스가 뒤늦게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투입함으로써 1차적인 갈등은 마무리됐다.

또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자산유동화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의 건은 TYT홀딩스가 지난 9일 이사회 결의를 완료하고 공시했으며 에코비트 매각은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는 사모펀드 KKR과 공동매각 합의서를 체결한 상태다.

이에 더해 태영그룹은 2차 자구안으로 TY홀딩스가 보유한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의 지분을 담보로 하는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을 통한 기존 담보대출(760억원) 초과 금액의 태영건설 지원을 약속했다.

이같은 자구계획에도 불구하고 태영건설에 유동성 부족이 발생한다면 TY홀딩스에 대한 윤석민·윤세영 회장 보유 지분(25.9%)과 SBS에 대한 TY홀딩스 보유 지분(36.3%)을 신규자금 지원을 위해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2차 자구안에 포함시켰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산업은행이 주요 채권단을 재소집해 태영 측이 내놓은 워크아웃 추가 자구안에 대해 논의한다. 산업은행은 10일 오전 산업은행에서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등 주요 채권자들을 재소집한다. 회의에는 태영그룹 임원들이 직접 참여해 자구안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워크아웃 개시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10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대한 논의를 위해 주요 채권단을 재소집한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2024.01.10. jhope@newsis.com

1차 자구안 이후 대주주 사재출연과 오너 일가의 TY홀딩스 및 SBS 지분 담보제공 등을 요구해 온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날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개최한 주요 채권자 회의에서도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의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국민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이 함께 했다.

산업은행은 전날 회의 결과에 대해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이행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러한 자구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또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돼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고도 했다.

주요 채권단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에 사실상 동의함에 따라 이날 채권자협의회 결과 워크아웃 돌입은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태영건설 채권사가 600여곳에 달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중소형 채권금융사는 채권 선순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실패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크게 손해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에 대한 부동산 담보가 확실하고 상대적으로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호금융권 등에 대한 설득이 관건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잠재우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중소형 채권금융사들이 금융당국과 주요 채권단의 입장을 따라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관측이다.

전날 주요 채권자 회의가 당초 예정과 달리 국책은행 및 주요 시중은행 외에 제2금융권까지 대상으로 확대돼 열린 것도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중소채권단 설득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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