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가 던진 CB의 나비효과... 한 바이오기업 주인 바뀌었다
이종장기이식 전문기업 제넨바이오의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이고, 앞서 취득한 전환사채(CB)를 손해 보며 주식 전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전환사채를 매각한 주체는 코스닥기업 CB 투자를 활발히 해 온 메리츠증권이다.
아마도 제넨바이오의 전 최대주주이자 현 경영진은 메리츠증권이 경영권을 욕심내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대규모 CB를 발행했을 것이지만, 어쨌든 메리츠증권의 CB 매도로 경영권을 위협받게 됐다. 이와 관련한 입장을 제넨바이오, 엠씨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듣고자 했으나 양측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엠씨파트너스가 운용 중인 ‘엠씨제2호그로우쓰사모투자합자회사’, ‘엠씨바이오사모투자합자회사’는 제넨바이오 지분 25.0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엠씨파트너스는 처음부터 경영권을 욕심내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엠씨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9월 제넨바이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99억9900만원으로 796만8127주를 인수했다. 이후 제넨바이오의 주식 병합(1주당 가액 100원에서 500원)에 따라 보유 주식 수는 159만3625주로 변경됐다.
이후 엠씨파트너스는 투자를 늘렸다. 2022년 1월 19일 메리츠증권과 CB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장외에서 제18회 CB 85억원어치(전환가능 주식 204만6220주)를 92억4000만원에 취득했다.
이때만 해도 엠씨파트너스는 수익 실현에 자신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1월 액면병합 이후 주가가 4000~5000원선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CB 전환가는 최대 500원까지 낮출 수 있어 손해 볼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제넨바이오 주가는 지난해 10월 352원까지 추락했다. CB 전환가는 이에 조정 한도인 500원까지 떨어졌다. 엠씨파트너스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해당 CB를 그냥 계속 보유하다가 원금 85억원과 이자 4억2500만원(18회 CB 만기이자율 5%)을 상환받고 끝낼지, 아니면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주주에 오를지를 놓고 말이다. 결국 엠씨파트너스는 회사의 재무 여력을 믿지 못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선택을 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제넨바이오 주가가 377원일 때엠씨파트너스는 약 20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주당 500원에 주식 전환을 청구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제이와이씨는 현재 15.06%(1116만9024주)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제이와이씨가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을 앞둔 만큼, 대금 납입만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다시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로 제이와이씨가 취득하는 신주는 2858만주에 달한다.
오는 31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가 변수다. 엠씨파트너스가 제이와이씨 측 사내이사 2명의 해임 안건을 발의한 만큼 경영권 확보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메리츠증권이 여전히 보유 중인 19회차 CB 약 66억원어치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대주주 측이 엠씨파트너스를 상대로 검사인 선임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전초전은 시작된 상황이다.
일단 엠씨파트너스의 선택은 주효했다. 경영권 분쟁을 걸면서 지난 8~9일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약 33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했다. 물론 최대주주인 만큼 당장 팔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메자닌 장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메자닌 투자는 회사채 조달이 어려운 저(低)신용등급의 코스닥 기업이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아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3년 동안 KH필룩스·세종메디칼·이아이디 등 상장사 45곳의 메자닌을 인수했다. 이 중 65%의 상장사가 결손기업이고, 거래 정지까지 된 기업은 30%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은 엠씨파트너스에 CB를 매도한 이후인 2022년 9월, 또다시 제넨바이오의 제19회차 CB 12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이 거래 정지 기업에 공급한 메자닌 투자만 7800억원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이 엠씨파트너스에 CB를 매도한 뒤 제넨바이오는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으로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공시를 내기도 했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CB 매도 사유로 “단순 처분 및 ETF 유동성 공급을 위한 매매”라고 밝힌 바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단독]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횡령 혐의, 그의 아내가 고발했다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