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만 골라 "물건 보낼게요" 살 때까지 전화…강매 처벌 못한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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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하는 텔레마케팅 업체에 넘어가 필요도 없는 상품을 떠안게 되는 고령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구매 거절 의사를 밝혀도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사겠다는 답변을 받는 식이다.
하지만 A씨 측은 "지속적으로 전화해 귀찮게 해서 '네'라는 답을 끌어낼 때까지 구매를 강요당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집요한 구매 설득, 강매 방식을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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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하는 텔레마케팅 업체에 넘어가 필요도 없는 상품을 떠안게 되는 고령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구매 거절 의사를 밝혀도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사겠다는 답변을 받는 식이다. 전화로 판매된 상품의 경우 14일 이내 반품이 가능한데 결제일을 일부러 늦춰 이를 피해가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구매를 강요당할 경우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을 조언한다.
1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건강식품 관련 텔레마케팅 소비자상담 접수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879 건으로 2022년 1498 건에서 25.4% 늘었다. 2021년 1023 건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육박했다.
텔레마케팅 업체는 특히 판단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소비자들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진주에 사는 여성 A씨(85)는 최근 B홈쇼핑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7월말 해당 홈쇼핑이 보낸 콘드로이친 영양제 값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A씨 측은 "지속적으로 전화해 귀찮게 해서 '네'라는 답을 끌어낼 때까지 구매를 강요당했다"는 입장이다.
A씨가 지난해 7월17일 B홈쇼핑과 실제 통화한 내용을 들어보면 그는 이미 B사에서 같은해 3월 구매한 영양제 6주 분량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구매한 콘드로이친 영양제도 비슷한 분량이 남아있었다.
판매원은 A씨가 이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도 계속해서 구매를 하라고 설득했다. 설득을 이어가다 "토요일쯤(지난해 7월22일) 도착하게 보내드리겠다. 아셨느냐"며 "물건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통화를 이어가던 A씨가 "지금 먹을 게 많이 있는데 왜 자꾸 보낸다고 하느냐"고 하자 판매원은 "지금 사놓고 8월 말에 돈을 내면 되니까 그리 하라"고 판매를 이어갔다. 계속된 설득에 지친 A씨가 "그리 하라"고 하자 판매원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같은달 22일 물건이 도착하자 B홈쇼핑 측은 1개월 뒤쯤 결제를 하도록 유도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상 전화 권유 판매의 경우 14일 이내에 청약 철회(환불)를 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지나 결제를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같은 집요한 구매 설득, 강매 방식을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억수 법무법인 B&H 대표변호사는 "이 같은 사례는 법망을 피해 교묘하게 노인들로부터 부당하게 이득을 취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이렇게 사기를 치려고 했다는 내부 문건이 있으면 몰라도 단순히 이 상황만 가지고는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 판단이 어려운 이들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르는 '준사기' 죄가 있지만 이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준사기가 성립하려면 완전히 사리 분별이 안 될 정도 심신장애여야 한다"며 "그냥 일반적인 어르신이 샀다고 하면 처벌 규정이 마땅치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도 어떤 방식으로든 구매 의사를 밝힌 이상 구제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귀찮게 하거나 대충 알겠다고 하는 건 (구매자의) 착오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계약 해지나 해제 요건으로 보고 일단 사건을 처리한다"면서도 "사업자가 받아들이지 않고 처리를 거부하거나 하면 법적으로 처리를 해야 되는 부분이라 별도로 다시 다퉈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란 얘기가 나온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강요를 하거나 강매를 한다고 느꼈을 때는 고민하지 말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빠르다"며 "구매하고 나서 법리적으로 따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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