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밖에 없었다"…두 번 '땜빵'에도 웃고 역사 썼다, 이제는 '14억 풀타임' 에이스 꿈꾼다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마침내 뗀 '땜빵' 꼬리표. '좌완 에이스'의 풀타임은 어떤 모습일까.
브랜든 와델(29·두산 베어스)은 지난 2년 간 '대체 전문'의 외국인 선수였다.
2022년 7월 아리엘 미란다 대체자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11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재계약에 실패한 브랜든은 대만프로야구(CPBL) 라쿠텐 몽키스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11경기에 선발등판해 67이닝을 소화하며 5승4패, 평균자책점 2.69으로 활약하던 그에게 두산이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지독한 불운의 외국인 투수와 결별한 뒤였다. 두산은 지난해 라울 알칸타라, 딜런 파일로 외국인 투수진을 구성했다. 2020년 20승을 거뒀던 알칸타라는 올 시즌 13승9패 평균자책점 2.67로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했다.
기량 만큼은 알칸타라에 밀리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던 딜런은 스프링캠프에서 타구에 맞아 개막 후 한 달 가량을 나오지 못했다. 돌아온 뒤 2경기에 나왔지만, 이번에는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다. 결국 두산은 딜런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내보내게 됐다.
첫 해 23만 달러에 계약을 했던 브랜든은 두 번째에는 총액 28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영입 당시 두산 관계자는 "브랜든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타점 높은 직구와 각도 큰 변화구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올해 대만에서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평균자책점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감을 높였다"고 했다.
브랜든도 한국행에 미소를 지었다. 브랜든은 당시 "두산 유니폼을 다시 입게 돼 매우 설레고 흥분된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이를 위한 몸 상태 역시 당연히 준비돼있다. 바로 경기에 나가도 될 정도"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팬들과 모든 동료들이 그리웠다. 목표는 분명하다. 가을야구 그 이상을 원해서 KBO리그에 돌아왔다. 포스트시즌을 넘어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브랜든의 아내인 메디슨 와델 또한 "한국에 다시 와서 너무 좋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서 좋다"라며 "한국에 온다고 하니 너무 흥분됐고, 감사했다. 한국에서는 좋은 기억밖에 없다. 지난해와 같은 팀에서 이렇게 불러줬다는 거 자체가 감사하다"고 만족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브랜든의 활약을 눈부셨다. 알칸타라와 완벽하게 '원투펀치'를 구성하면서 대체 외인 성공기를 써내려갔다.
첫 경기였던 6월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성공적인 피칭을 한 그는 18경기에서 11승3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2023년 윌리엄 쿠에바스(KT)에 이어 6월 첫 등판한 역대 대체 외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10승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두산으로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 두 외국인투수와 빠르게 재계약에 나섰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개막전을 앞두고 딜런이 머리 부상으로 빠졌는데 알칸타라가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 허리 부상 때문에 빠진 거를 제외하고는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훌륭한 피칭을 해줬다"라며 "브랜든도 11승을 해줬다. 두 선수의 몸상태가 괜찮고, 계약 문제가 없다면 같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알칸타라와 브랜든 모두 2024년 두산에서 뛴다. 알칸타라는 총액 150만 달러에, 브랜든은 총액 113만 달러에 계약했다.
두산은 "알칸타라는 에이스였다. 브랜든은 시즌 중반에 합류했음에도 두산 구단 사상 최초로 '대체 외국인 투수 두 자릿수 승리'라는 진기록도 세웠다"고 재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5위로 마친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한 두산은 올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대체'가 아닌 브랜든이 '풀타임 에이스' 활약은 두산이 바라는 이상적 시나리오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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