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개선TF, 의견차 여전…"장비만 탓해서는 사태 해결 안돼"

김가은 2024. 1. 1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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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 새 판 짜라]②
정부, 이달 말 종합대책 발표…TF 내부 잡음 여전
행안부 "전산망 장애, 장비 때문…디플정위 분석 틀려"
디플정위, BTO 등 방안 제시…업계입장 대다수 반영
전문가들 "사업구조·거버넌스 개선 없이는 장애 반복"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사상 초유의 ‘행정망 먹통’ 사태 이후 재발 방지·개선 대책을 마련 중인 정부 안에서는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노후 장비가 주 원인이라는 행정안전부 측과 공공 소프트웨어(SW) 구조에 대한 전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위)와 전문가, 업계 간 시각차가 좁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정부, 개선대책 수립 중…두 차례 회의 열어

정부는 ‘행정전산망 개선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정부 시스템 장애 재발 방지와 디지털 행정서비스 개선 대책을 수립 중이다.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이 TF에는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복지부, 조달청, 국세청, 디플정위 등이 참여하고 있다. TF는 지난 5일까지 두 차례 회의를 가졌고 이번 달 말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회의에서는 각 부처·기관별로 마련한 방안과 아이디어를 취합해 최종 대책을 결정하는 조정 작업 중이다. 앞서 제시했던 정보시스템 인프라 이중화와 위험도별 등급제 개선, 예방 대응 컨트롤 타워 구축 등 단기적 방안부터 소프트웨어(SW) 단가 현실화,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관리 중인 장비 총 9600여대에 대한 전수조사는 이미 마쳤다. 내용연수가 경과한 장비들에 대한 조사를 끝마친 것이다. 다만 결과는 아직이다. 조사된 사항들을 분석하고 있는 단계로, 1월 종합대책 발표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행안부 “전산망 장애는 장비 영향…디플정위 분석은 결이 달라”

문제는 사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부 부처 안에서도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행안부는 행정망 장애가 노후 장비 영향으로 촉발된 측면이 크다고 판단 중이다. 범정부 TF에 참여하고 있는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전산망 장애는 주로 장비 영향”이라며 “디플정위에서 계획을 만들고, 분석한 내용들은 국가 전산망 장애와는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시각은 사태 초기부터 행안부가 견지해온 입장이기도 하다. ‘새올 행정시스템’ 장애 발생 이후 56시간 만에 행안부가 진단한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 ‘L4 스위치’였다. 하지만 불과 6일 만에 행안부는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와 케이블을 연결하는 일부 포트 이상으로 장애가 발생했다고 번복했는데, 두 번 모두 이번 전산망 장애 원인이 장비에 국한돼 있다고 봤다.

반면 디플정위는 공공SW 제도와 시스템 구조를 넘어 국가 거버넌스 체계까지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플정위는 △변동형 계약 도입 △SW 개발 단가 인상 △유지관리요율 현실화 △수익형 민간 투자 사업(BTO)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보화사업 혁신방안을 TF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업계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공공SW 사업을 수주한 기업이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의미다.

BTO, 예산부족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

BTO는 공공SW 사업의 고질적 문제인 예산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민간이 이미 만들어놓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을 정부가 활용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디플정위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 사업부문 대표는 “BTO는 공공SW 사업 추진 시 필요한 모든 기술 요소를 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는 민간 서비스를 매월 구독 방식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장애 원인을 장비로 한정지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SW 사업 구조와 국가 조직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 없이는 또다시 장애의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SW업계 대표는 “장비 문제가 있어도 SW적으로 극복하게 만드는 것이 당연하고, 만약 라우터 포트 하나의 문제로 전체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다면 장비와 SW 설계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프라나 하드웨어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SW 시스템은 각 부처별로 파편화 돼 있어 장애 발생시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도 BTO처럼 전향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는 예산 집행 운신의 폭이 좁으니 민간주도형인 BTO가 바람직하다”며 “체제를 개편하면 기존에 소모적인 업무에 능력을 허비하던 정보화 담당자들이 디지털전환(DT)과 관련된 새로운 것을 기획할 수 있게 된다. 전향적인 생각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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