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아파트,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여의도·목동 호가 오를 것"
오피스텔.빌라 주택수 제외, 미분양 매수시 1주택 특례 유지 등 수요 진작책도
앞으로 입주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고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는 2030년 첫 입주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선도단지가 지정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신축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인데 여의도와 목동, 분당 등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의 호가가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건축 첫 문턱' 사실상 사라져…사업기간 최대 5~6년 단축
앞으로 정비사업 문턱이 크게 낮아진다. 준공 2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되고 주택 재개발을 위한 노후도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두 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동산 문제를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를 선택하는 것을 존중하고, 정치이념에서 해방시키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재건축 재개발은 지금까지 규제의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원의 대상으로 모드를 전환하겠다"며 "도심 내에 다양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도 강화해 건설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재건축을 시작하려면 안전진단에서 위험성을 인정받아야만 했다. 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만드는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었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준공 30년이 넘으면 주민들의 제안으로 재건축 사업의 첫 발을 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경우 재건축 기간이 최대 3년 단축되고 서울의 경우 신속통합기획까지 적용하면 사업 기간이 최대 6년 가량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개발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지금은 30년 이상 건축물이 전체 3분의 2(66.6%)를 충족해야 사업에 나설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노후 주택이 60% 정도 되어도 재개발이 가능해진다. 주변에 신축 빌라가 있으면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일부 허용 범위 내에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1기 신도시 재정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말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1기 신도시(일산·분당·평촌·산본·중동)에 대해 안전진단 면제와 최대 용적률 500% 적용 등이 예정됐다. 여기에 더해 현 정부 내 1기 신도시별로 지정된 선도지구(시범단지)가 재건축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온 것이다.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위축된 빌라·오피스텔과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방 주택에 대한 수요 촉진책도 나왔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준공된 60㎡ 이하 소형 신축주택은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대상은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 다가구·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로 아파트는 대상에서 빠진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빠진다. 85㎡, 6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1가구 1주택자가 소형 신축주택 추가 매입할 때는 양도세·종부세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지만 지방의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 경우에는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종부세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수도권 아파트 10채 중 2채 수혜"…"경기 살아나면 부작용 우려도"
정부는 이런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전국에서 95만가구가 정비사업에 착수하고 이를 통해 중단기적으로 도심 공급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의 경우 준공 30년이 지난 단지 중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가 많은 서울의 노원구, 강남구, 강서구, 도봉구, 경기 안산시, 수원시, 광명시, 평택시 등이 이번 대책의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개선으로 정비사업 활성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련 규제가 전면적으로 사라지게 될 경우 사업성에 따른 지역별, 단지별 사업 속도 차이와 그에 따른 양극화도 예상된다.
직방 빅데이터랩 함영진 랩장은 "2024년 입주 30년이 경과된 아파트만 102만2948세대 규모인데 이번에 발표된 대로 규제가 완화되면 이들 단지의 재건축 사업 속도가 3년 이상 단축될 것"이라며 "이는 수도권 30세대 이상 단지 10채 중 2채(18.5%)에 해당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기 신도시와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등지는 정비사업의 모범사례 및 롤모델 역할을 할 선도지구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며 "사업추진 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사업지원이 예상되므로 해당 아파트 단지에 대한 수요자 관심과 자산가치 기대가 상당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난해 안전진단 규제완화 후 다수의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이후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공사비 증가와 추가 분담금 등 사업성이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재건축이 가능한 모든 단지에 안전진단이 완화되었다는 것은 이후 진행 속도가 더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고 사업성이 나오는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들의 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도심 내 재정비, 1기 신도시 노후화 정비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알 수 있는 만큼 적어도 선거 전후로는 서울 여의도와 목동 등 사업성이 우수한 재건축 단지나 1기 신도시 위주로 매물이 감소하고 호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안전진단 완화 등 주요 내용들의 법령 개정 절차가 있어 당장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비사업 요건완화라는 방향에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개선돼야 하는 부분도 지적됐다. 정비사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감안해 그 수준이 세밀하게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주민동의율이 높아서 정비사업에 착수한 사업지도 막상 사업에 들어가 소유한 토지면적이 전체 사업대상지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적으면 주민 간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데 사업계획인가 신청시 주민 의사 확인 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분쟁을 감안해야 한다"며 "재개발 노후도 요건 완화도 기존에 '접도율' 같은 문제로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못했던 사업 예정지들을 고려하면 이런 부분을 얼마나 완화할 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아져 사업성이 개선될 시점에 한꺼번에 정비사업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멸실에 따른 임대 시장 불안과 공급 과잉에 따른 문제점도 예상되는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서울과 1기 신도시의 동시 다발적인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몇 천 가구의 대규모 이주 수요 발생이 발생할 경우 서울 등 수도권의 전월세 급등 우려와 주거 대란 발생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예상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향후 보완 대책이 포함된 실행 플랜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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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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