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요구'에 귀막은 이재명…비명계 탈당 못 막았다
'친명 vs 비명' 갈등 심화…연쇄 탈당 가능성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그동안 이재명 체제에 쓴소리를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결국 탈당했다. 지도부가 현 정권의 부정 평가에 대한 반사 이익을 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리더십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재명 체제는 견고해졌지만, '분열' 이미지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이원욱·김종민·조응천)들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이재명 체제의 문제점을 규탄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마지막 결단 요구에 뚜렷한 응답을 내놓지 않는 지도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친명·비명 모두가 동의하는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추진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2선 후퇴'이자 현재 지도부 총사퇴가 전제가 된 요구였지만,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인 심판을 위해선 자신들도 '희생'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의 여파가 존재하긴 했지만, 희생 요구 후 3주가 넘은 시점에서 이들에겐 온 지도부의 응답은 "시간을 달라"라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익표 원내대표가 여러 의원을 통해 우리가 제안했던 통합비대위와 선거법 개정 내용을 이 대표와 최종적으로 정리할 테니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일단 너무 늦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이 대표가 피습 당해 당내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동안 당의 시간을 촉박하게 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만약 이 대표와 충분한 얘기가 되어서 대표가 결심해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안을 가지고 왔다면 고민했을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지도부 대응은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즉, 이 대표가 이들에게 화해의 행동을 보였다면 탈당 철회도 고려했을 수 있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그러나 '흉기 피습' 8일 만에 퇴원한 이 대표는 탈당 인사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지도부의 이번 대응은 당내 굵직한 인사 3명의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이어진 상태다.
더욱이 오는 11일 이낙연 전 대표도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분열' 이미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칙과상식은 이 전 대표뿐만 아니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가칭)도 연대가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이들 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 경우, '제3지대 빅텐트' 세력 규모는 거대 양당과 맞설 수 있는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류 인사들 입장에선 이들이 그동안 이재명 체제에 각을 세웠던 만큼, '앓던 이'가 빠졌다는 분위기다. '정계 은퇴'를 촉구하는 등 비판 수위도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 친명계인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되겠거든 탈당 말고 은퇴하는 것도 정답"이라면서 "폭주보다는 멈춤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양이원영 의원은 "현재 민주당에는 숨죽이며 눈치만 보고 있는 제2·3의 이원욱·김종민·조응천이 있다"며 "저는 그분들에게 민주당에 남아 당당히 경쟁해서 더 강한 민주당으로 길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급기야 원외 친명계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새로운 가치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이낙연과 탈당파들의 관심사는 오직 권력과 공천뿐"이라며 "최근 벌어진 상황으로 급하게 꼬리를 내린 윤영찬 의원만 봐도 그들의 의도는 분명하다"고 평가절하까지 하는 실정이다.
반면 남아 있는 비명계는 4·10 총선을 앞두고 '통합'에 방점을 찍어어하는 상황에서 당내 분열이 발생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총선 승리를 위해선 분열보단 통합이 우세하다는 것이 중론인 만큼, 그동안 여야는 '더하는 정치'에 집중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통합' 이미지가 퇴색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고민정 의원은 "민주당이 분열한다면 국민은 민주당을 외면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분열과 혐오가 아닌 포용과 통합의 정치인 만큼, 당내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영표 의원도 "함께 혁신과 통합의 길을 찾고자 많은 논의도 하고, 중재도 했지만 막지 못했다"며 "안타깝고, 아쉽고, 아프다"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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