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며칠 새 민주당에서 벌어진 혀를 찰 일들

조선일보 2024. 1. 1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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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 /이데일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9일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두 사람은 성희롱 발언을 한 친이재명계 현근택씨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이 대표가 심하게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자 핵심 의원은 곧바로 ‘공천 탈락’에서 ‘엄중 경고’로 조치를 수정했다. 거의 180도 뒤바뀐 것이다. 당 차원 윤리 감찰, 최고위원회의 징계 논의 등을 다 건너뛰고 당 대표와 측근 의원 둘이서 징계 수위를 사실상 결정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당원 징계를 논의할 어떤 당직도 맡고 있지 않다. 이번 일을 보면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私黨)이 됐다”는 비판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현씨는 최근 같은 당 정치인의 여성 비서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여성위원회가 엄중 조치를 요구할 정도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성범죄는 공천을 원천 배제하도록 돼 있다. 이 대표에겐 이 당헌·당규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당헌·당규는 모두 고쳤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른바 ‘개딸’의 권한을 강화해 다른 당원들이 자신에게 도전할 생각조차 못 하게 했다. 당헌 당규가 있어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이날 비이재명계 의원 3명은 “비정상 정치에 끌려가는 건 양심상 더는 못 하겠다”며 탈당했다. 정대철·문희상 등 원로들도 당 운영의 비민주적 행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갔다. 이낙연 전 대표도 11일 탈당한다. 그런데 누구보다 이 대표를 비판하며 비이재명계 의원 3명과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던 윤영찬 의원은 돌연 당 잔류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서 현근택씨의 도전을 받고 있었는데 현씨 관련 이 대표 문자 메시지가 폭로되며 현씨 대신 자신이 공천받을 가능성이 생기자 태도가 돌변했다. 비이재명계의 탈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조차 그의 변심에 기막혀 했다.

우리나라 정당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비를 보조 받는 대신 민주적 내부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당내 민주주의’는 그냥 구호가 아니라 법에 정해진 것으로 각 정당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회의원은 자기 금배지 보존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가 책무다. 그런 점에서 며칠 새 민주당서 벌어진 일은 혀를 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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