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확 풀겠다”...총선 앞두고, 수도권 재건축 속도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올해 두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규제를 확 풀어버리겠다”고 했다.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 앞서 1기 신도시인 일산 노후 아파트를 둘러본 윤 대통령은 “노후 계획도시가 임기 내에 반드시 재건축 착공할 수 있도록 약속드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금융 투자 소득세 폐지 방침에 이어, 이번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까지 대통령이 ‘깜짝 발표’식으로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표심을 노린 파렴치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앞으로 입주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 주민들은 안전 진단을 통과하지 않고서도 재건축에 필요한 초기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 기간이 지금보다 3년 정도 줄어든다. 또 낡은 빌라·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재개발할 때 현재는 구역 내 30년(벽돌집은 20년) 이상 된 주택 비율이 3분의 2를 넘어야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 요건이 60%로 낮아진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노후화된 관사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고충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 생활을 잠시 접고 변호사를 1년 하다가 다시 복직했는데 그때 관사 녹물만 심하지 않았어도 제가 사표를 안 내고 근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은 지) 20년이 좀 넘었는데도 수도를 틀면 녹물이 나와서 5분을 틀어 놔야 녹물이 빠져서 그제야 양치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노후화는) 수도권 문제만이 아니고 전국적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해서도 ‘현 정부 임기 내 착공, 2030년 첫 입주’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선 때 공약한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이어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중도층과 스윙 보터층을 겨냥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안전 진단 규제 완화 대상은 2027년까지 입주 30년 차가 도래하는 아파트 75만 가구다. 재개발 노후도 요건 완화 혜택을 보는 20만 가구까지 더하면 이번 규제 완화로 총 95만 가구의 재건축·재개발이 가능해진다. 가구원 수로 따지면 전국 수백만 시민이 대상이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다주택자를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들이라고 해 징벌적 과세를 해온 건 정말 잘못됐다”며 “다주택자 규제도 완전히 바꾸고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들이, 임차인들이 혜택을 입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뭔가를 소유한다는 것만 갖고 세금을 중과하면 조세 부담이 전가되면서 결과적으로 중산층·서민이 피해를 본다”며 “수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인식을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도시형 생활 주택, 다세대 다가구 주택 맞춤형 건축을 위한 규제 혁파, 취득세 감면, 건설 자금 지원 확대 방침도 밝혔다.
그런데 주택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해선 도시정비법 등 여러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4월 총선 이후 정부가 추진할 청사진을 신년 업무 보고회를 통해 발표해,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돼야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내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경기 용인에서 첫 부처 업무 보고회를 연 데 이어 앞으로도 10차례 이상 전국을 돌며 국민 토론회를 진행하며 생활형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시작한 경기도는 올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현재 경기도 현역 국회의원 57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48명, 국민의힘은 6명에 불과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수도권 승리를 위해선 신도시부터 시작해 국민의힘 지지세를 확산시키는 것이 필수라고 여당에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본지에 “전문적 검토나 조율도 없이 정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가 전체적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새해 청사진과 실천 의지를 밝힌 것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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