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보신탕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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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개고기를 먹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신석기 유물에 개뼈가 출토됐고 고구려 안악 3호(4세기) 고분 벽화에 도살된 개의 모습이 양, 돼지와 함께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만 개고기를 먹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간 것과 함께 정부가 개고기 도축을 법으로 규정해놓지 않아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개 농장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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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개고기를 먹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신석기 유물에 개뼈가 출토됐고 고구려 안악 3호(4세기) 고분 벽화에 도살된 개의 모습이 양, 돼지와 함께 그려져 있다. 우리 조상이 오래전부터 개를 식용했을 것으로 학계가 추측하는 이유다. 신라와 고려는 불교 영향으로 육식을 멀리했다. 조선시대에는 모든 계층이 개고기를 즐겼다. 궁중 수라상의 단골 메뉴에 구증(개찜)이 있었다. 퇴계 이황은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저술한 ‘활인심방’에서 무술주를 8대 보양음식으로 꼽았다. 무술주는 개를 통째로 여러 한약재와 함께 고아낸 개소주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개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우리나라만 개고기를 먹는 게 아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개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다. 베트남 북한도 개고기 소비가 많다. 이들 나라보다 절대적으로 소비량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개고기를 먹는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이 꼽힌다.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간 것과 함께 정부가 개고기 도축을 법으로 규정해놓지 않아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개 농장이 많기 때문이다. 개 식용 금지는 오래된 논란거리다.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비난해온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개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동물복지 인식이 개선되면서 개 식용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개를 요리하는 보신탕 집도 많이 줄었다. 199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개고기 판매 식당은 총 6484개소였으며 하루 평균 25t, 연간 8428t이 판매됐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진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결과, 개고기 판매 식당은 총 1666개로 23년만에 74.3%가 줄었다.
식용 개 사육과 도살, 유통을 금지한 ‘개 식용 금지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2027년부터 적용될 이 법을 두고 동물단체들은 “생명 존중을 향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BBC와 CNN 등 외신은 일제히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한편에선 “음식을 법으로 막을 수 있느냐”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부산에선 동물단체와 정치권의 협조로 2019년 개시장으로 유명했던 구포가축시장 문을 닫았다. 보신원을 운영하던 한 업주는 반려견 목욕업체로 업종을 전환했다고 한다. 육견협회의 반발을 없애려면 정부가 개 농장의 업종 전환 등 실질적인 업계 지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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