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과도한 사교육비, 메가스터디가 아니라 학교 탓이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2024. 1.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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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이었다. 2007년 조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한국 초·중·고 학생 공교육비 총액은 얼마였을까? 우리나라는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사용한다. 2023년도 기준으로 약 64조원이었다. 초·중·고 학령 인구 533만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학생 1인에게 교부금이 1년 동안 1200만원 들어간다. 다른 교육 예산까지 고려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매월 100만원 이상 교육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저출산을 초래한다는 과도한 사교육비보다 훨씬 큰 금액을 이미 모든 학령 인구 국민에게 투입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는 메가스터디 등과 같은 몇몇 대형 사교육 업체를 문제 삼아 그들에게 문제 원인을 떠넘겨 해결할 일이 아니다. 그 전에 막대한 교육 예산을 들이는데도 왜 국민이 공교육을 불신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비용 대비 교육 효과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메가스터디 같은 온라인 교육 업체가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증진하는 것 아닌가. 마땅히 공교육이 해야 하는 역할을 사교육이 대신하는 꼴이다.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25년 전부터 그랬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단순했다. 학교 강의의 질이 낮았다. 몇몇 선생님을 제외한 선생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강의를 잘하지 못했다. 강의를 잘하고자 노력했는지도 의문이다. 학교 수업을 듣고서는 어떤 내용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내용이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는 너무 쉽게 이해됐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학교는 사회생활과 인성을 배우는 곳이다’라고 옹호하기도 어려웠던 것이, 선생님들의 인성이 과연 훌륭한지도 알 수 없었다. 몇몇 선생님은 수업을 통해 자신의 편향된 정치관을 주입하려고도 했다.

같은 문제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 서비스는 의무다. 국민들은 좋으나 싫으나 초·중·고교에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이 과정에서, 공교육은 학생들과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았다. 그보다 공교육 서비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몇몇 사람이 ‘공급하고 싶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었다. “서울의 초등학생이 한 학기 정도는 농·산·어촌으로 유학을 다녀올 수 있도록 준의무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정책 구상 등에서 보듯, 더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 인식이 공교육에는 없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교육 개편에 있다. 학원보다 학교가 정규 교과 내용을 잘 가르치지 못하는 한, 사교육은 절대 근절될 수 없다.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지식조차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왜 교사가 교사로 존재해야 하는가?

그간 한국의 교육 지도자들은 교육 제도 개편으로 사회를 바꾸려 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공감성을 높여야 한다는 서울시 교육감의 정책 구상이 보여주듯 말이다. 학벌 중심 사회, 서열화된 사회를 교육 제도 개편으로 바꾸겠다는 구상도 그랬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폭증이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다. 국민과 학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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