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18] 무숙낙(無宿諾) 사무송(使無訟)
‘논어’ 안연 편 주제는 어짊[仁]이다. 여기에 법률인의 어짊과 정치인의 어짊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내용이 나온다.
먼저 공자는 제자 자로를 높이 평가하며 “한마디 말로 옥사를 판결할 수 있는 자는 아마도 유(由-자로)일 것이다. 자로는 남에게 승낙한 일은 묵혀두는 일이 없었다[無宿諾]”고 말한다. 송사를 다루는 판관은 신뢰가 있어야 하고 신속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어서 위정(爲政)을 꿈꾸었던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송사를 듣고서 판결하는 일이야 내가 남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단연코 나는 송사가 애초부터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使無訟].”
세종 10년(1428년) 9월 27일 형조에서 경상도 진주 사람 김화가 아버지를 죽인 살부(殺父) 사건을 보고하니 세종은 법대로 처리하라고 명한 다음 크게 탄식한다. “이는 분명 내 부덕의 소치이다.”
실제로 열흘도 지나지 않은 10월 3일 직제학 설순을 불러 ‘효행록’을 간행해 어리석은 백성들을 깨우쳐주라[訓民]고 명한다. 이 어리석은 백성을 깨우치려 그 후에 ‘삼강행실’ ‘삼강행실도’를 발간하고 끝내 훈민정음 창제로 이어진다. 세종이야말로 사무송(使無訟)을 실천한 참된 정치인이라 하겠다.
야당 대표 선거법 재판을 16개월 끌다가 야반도주해 버린 판사가 있다. 숙낙(宿諾)의 전형이니 불인(不仁)을 행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을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경구가 있다면 이 두 마디이다. 무숙낙(無宿諾)에 머물지 말고 사무송(使無訟)하려 해야 비로소 제대로 정치인의 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은 그것대로 문제를 지적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로 특검을 강행하는 야당이야말로 사무송(使無訟)은커녕 반대로 불필요한 쟁송도 만들고 있으니[使訟]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것이 정치인의 불인(不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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