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아마존 시대에도 월마트가 잘나가는 비결

이인열 기자 2024. 1.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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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아마존 극복 이유
상대방의 ‘문법’도 배웠지만 本業이라는 자신만의 경쟁력 찾아내 강화했기 때문이다
피츠버그의 한 월마트 매장./AP 연합뉴스

급변하는 산업계에서 ‘지금’ 기준으로 잘하는 기업을 칭찬하고, ‘지금’ 기준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을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안다. 휴대폰을 발명한 기업 모토롤라가 50년을 못 버티고 폭망했고, 100년 넘게 경영의 표본으로 칭송되던 GE는 111년 만에 다우지수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반면 쇠락에 접어들었다던 MS는 다시 글로벌 최고 자리에 복귀하고 있다.

그 위험을 알면서도, ‘지금’ 잘하는 기업 얘기를 또 해볼까 한다. 온라인 기반의 아마존이 세상을 집어삼키는 이 시대에도 실적, 주가 모두 잘나가는 오프라인 기반의 월마트 얘기다. 지난 연말 국내 유통 강자인 신세계 그룹이 대규모 인사 혁신을 하면서 내놓은 ‘본업(本業)’이란 화두 때문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다 스타벅스코리아, 스타필드 등을 거느린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강화를 위해 쓱닷컴을 키우는 동시에 이베이, 나파밸리 와이너리 등을 인수하며 외연 확장에도 열을 올렸다. 하지만 주력 사업에서는 이익이 줄고 새롭게 일군 시장에서도 큰 재미를 못 보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 돌파구로 내세운 화두가 ‘본업’이다.

본업의 핵심은 오프라인 매장의 확대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본업의 의미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월마트에 있다는 생각이다.

어찌보면 지금 유통시장에서 아마존과 월마트는 쌍둥이화(化)가 진행 중이다. 온라인 지존인 아마존은 미국 최대 유기농식품 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하는 등 오프라인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왕자인 월마트는 제트닷컴 등 온라인 업체 인수에 주력하는게 그렇다. 이른바 온·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옴니채널 구축 경쟁인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나 규모 면에서 아마존이 압도적이다. 그런데도 월마트의 현재를 보여주는 영업 실적은 물론 미래 평가를 반영한 주가도 지난해에만 10% 이상 올랐다.

월마트는 상대의 핵심 경쟁력인 이커머스의 ‘문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쟁자에게 없는 자신들의 강점을 찾아내 이를 더욱 강화했다. 그게 바로 본업의 강화였으며, 키워드는 사람, 매장이었다. 신선 식품 강화 같은 얘기는 그 하위 개념에 불과할 뿐이다.

구체적 방법은 두 가지. 기존 인력과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업스킬링·Upskilling)시키고, 동시에 온라인과 접목하며 이전에 없던 서비스를 발굴해 보완(리스킬링·Reskilling)하는 것이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는 새로운 상품 개발과 기술 혁신 못잖게 직원 교육을 대폭 강화했다. 월마트 아카데미를 만들고, 고객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경우를 예상해 가장 적절한 고객 응대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마존이 도저히 월마트를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종업원들의 고객 대면 응대란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다.

동시에 온라인 주문을 한 고객들이 차량을 탄 채 물건을 픽업하게 하거나 주차장에 놓인 고객 차량의 트렁크로 물건을 실어다 주는 등의 개인 고객 맞춤형 쇼핑도우미 ‘퍼스널 쇼퍼’도 등장시켰다. 이런 일은 신규 채용이 아니라 기존 직원의 재교육을 통해 이뤄졌다. 효과적인 인력 재배치까지 해낸 셈이다. “자동화 시대에 사람에게 투자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의구심이 생길 법한데 이를 멋지게 실행해내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 국민의 90%가 월마트 매장 16㎞ 이내(10마일)에 살고 있다고 강조한다. 상대에겐 없는 자신만의 장점을 키워내는 월마트의 능력이 본업 강화이자 미래 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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