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56] Just a friend
무연고자의 장례를 담당하는 공무원 존 메이. 고독사를 조사하여 고인의 유족을 찾고 장례를 통고한 후 장례식까지 치르는 직책이다. 존은 심지어 추도사도 본인이 작성하여 낭독한다. 일 처리가 이렇게 꼼꼼하다 보니 일이 종종 밀린다. 빨리 장례를 처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상사의 윽박에 존은 여전히 유족을 찾겠다며 담담하게 대답한다. “아직 단서가 있으니 찾아봐야죠(We do have leads, not every door is shut).”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fe∙2013∙사진)’는 이렇게 시작한다.
존은 아직 유족을 찾지 못한 케이스마다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누군가가 있을지 모릅니다(There may still be someone).” 간신히 찾아낸 무연고자의 유족들은 대부분 반응이 비슷하다. 장례식 참석을 권해도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존은 어떻게든 유족들을 설득하려 애쓴다. “의무적으로 참석하셔야 하는 건 아니지만…(There is no obligation to attend, but…).” 유족들은 존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장례 비용을 청구할 거냐느니 법적 절차가 있냐느니 캐물으며 요청을 거절한다. “부친께서 생전에 최고의 부모가 아니었을지는 모르지만 저 같으면…(Your father might not have been the best of fathers, but if I…).” 유족들은 당신 같으면 뭐 어쩔 거냐며 또 말을 끊고 따진다.
결국 이번에도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존 혼자다. 혼자 추도사를 낭독하고 안장을 지켜본다. 직장에서 정리 해고를 당한 존은 마지막으로 빌리라는 무연고자의 장례를 준비한다. 존의 노고 덕에 빌리의 장례엔 유족과 함께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누군가 존에게 묻는다. “고인의 가족이세요?(Family member?)” 존이 답한다. “아뇨, 그냥 친구입니다(No family. Just a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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