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놀래킨 토종 AI 솔라... “언어 AI는 한국이 美·中 이어 세계 3위”

라스베이거스/임경업 기자 2024. 1.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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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놀라게 한 AI ‘솔라’ 만든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의 스타트업 중심 전시관 ‘유레카 파크’에서 이번 CES 주제인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All On)’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이 AI를 세계로 수출하고, 기술 패권을 주도할 기회가 왔다”고 했다./임경업 기자

“챗GPT처럼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AI, 거대 언어 모델(LLM)을 만드는 한국 기업은 대략 10곳입니다. 챗GPT를 앞세운 미국이 가장 앞서고, 중국이 AI 80여 개로 2위, 한국이 세 번째쯤 됩니다. 서구권에선 안보와 데이터 주권 등을 이유로 중국 AI 사용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규제 중심인 유럽은 개발이 더딥니다. 한국이 AI를 세계로 수출하고, 기술 패권을 주도할 기회가 왔습니다.”

9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타트업 전시장 유레카파크. 한국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김성훈(52) 대표의 명함을 받아 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는 귀찮은 듯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김 대표가 “독자적으로 AI를 개발했다”고 말하자 눈이 커지면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AI를 자체 개발한 기업은 세계에서도 손꼽는다”고 말했다.

창업 4년 차 업스테이지는 한국 대표 AI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세계 개방형(오픈소스) AI가 성능을 겨루고 순위를 매기는 허깅페이스의 ‘LLM 리더보드(순위판)’에서 1위부터 9위까지를 모두 업스테이지 AI ‘솔라’와 이 솔라를 튜닝(개조·가공)한 AI가 차지했다. 페이스북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메타의 라마, 유럽의 오픈AI라 불리는 미스트랄 등 내로라하는 AI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김 대표는 “솔라를 튜닝한 모델이 250개를 돌파했고, 이 중 200개를 해외 기업·연구 기관이 개발했다”고 했다. 네이버 AI 개발을 총괄했던 김 대표는 회사를 나와 네이버·카카오 AI 핵심 인재들과 함께 업스테이지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이번 CES 2024가 주제로 내세운 ‘모든 기기와 AI가 연결되는 시대’가 5년 안에 현실화될 것으로 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품으로는 삼성전자가 발표한 공 모양 AI 집사 ‘볼리’를 꼽았다. “볼리에 사람의 언어를 더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AI가 탑재되면 어떨까요. 인간 옆에 붙어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고 사용자의 평소 취향대로 커피를 주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타워즈의 로봇 ‘R2-D2′가 되는 것이죠.”

그는 이번 CES에 나온 한국 대기업·스타트업들이 “AI의 발전 흐름을 잘 쫓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물리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AI)는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로 성능을 극대화한다”며 “예컨대 AI가 발전할수록 더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요구하고, 반도체가 발전하면 구현 가능한 AI 범위가 넓어지는 식”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전자·자동차 등 AI와 결합하는 제품을 만드는 한국 제조업에도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수조 원 단위를 투자받는 미국 오픈AI(챗GPT 개발사)와의 경쟁에 대해 김 대표는 “독창적인 기술, 뾰족한 비즈니스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했다. 업스테이지의 AI 솔라는 여러 AI 모델을 잘라 이어 붙이는 ‘뎁스 업스케일링(Depth Upscaling)’이라는 독창적 AI 개발 방법을 적용해 AI 학습 비용을 다른 회사의 6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업스테이지는 이날 개별 PC에 설치해 구동되는 AI 도우미 ‘라이트업(Write Up)’ 시제품도 출시했는데, 한국어·영어·스페인어·중국어·일어를 구사한다. “챗GPT를 사용하면 내 데이터가 오픈AI로 전송됩니다. 하지만 라이트업은 PC 자체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이 없습니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정부·기관·기업 시장을 겨냥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AI의 가장 큰 효용으로 ‘인간 지적 층위(intellectual layer)의 도약’이라고 했다. 그는 “AI를 사용하면 컴퓨터 언어로만 조작할 수 있었던 방대한 데이터를 누구나 일상 언어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재무·법률 등 복잡한 일들을 AI가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세계적 수준의 AI를 개발할 수 있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걸렸다고 했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유엔 상임이사국이 모두 핵보유국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AI가 핵과 같은 파워를 갖게 되는 미래에는 한국산 AI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업스테이지를 알리려고 명함 1000개를 가져왔다. 아직 돌릴 명함이 900장 이상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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