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언론의 대학 순위 매김은 의미 있는가
언론의 대학평가에 대학이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이없기 짝이 없다. 그런 평가로 대학의 우열을 나눌 수 있다니 대단한 용기다. 기자나 정치가에게 평가항목을 만들어 순위를 매긴다면 1등이 2등보다 우수한 기자나 정치가가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입학생의 수능점수를 비교하거나, 졸업생의 취업 상황을 비교해 우열을 논한다면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 학사과정이 엄격하다거나 시설이 우수하다거나 장학금이 많다거나 외국 유학생이 많다거나 하는 등등의 것들이 좋은 대학의 지표가 될 수는 없다. 혈세만 낭비하는 국가의 잘못된 연구지원 시스템으로 질 낮은 논문이 양산되는데 논문만 많이 쓰면 훌륭한 교수라 평가하는 것과 같다.
언론이 비교 우위를 논할 수 없는 각종 항목을 평가지표로 내세워 대학의 순위를 매기고 있어, 대학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에 응하며 할 필요도 없는 업무수행에 무의미한 인적 물적 낭비를 강요받고 있다. 대학이 본연의 업무인 연구와 교육에 매진할 환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순위인 선진국 대학은 한국 대학보다 우수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가? 한국의 일부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의료진이 외국 최고 대학 출신자들로 채워져 있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산업계의 인재들도 일부 유학은 다녀왔을지언정 대부분은 한국에서 초중고 및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성과의 기초가 되는 학습 능력은 모두 한국에서 쌓은 것이다. 세계 100번째는커녕 1천번째도 못 드는 한국 대학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데, 세계의 대학평가는 무엇이 근거란 말인가.
최고의 명문대학이 있지만 비교할 수도 없는 모든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언론이 평가하는 항목이 좋다고 좋은 대학일 수는 없다. 좋은 대학이란 좋은 학생이 와 좋은 교수가 이를 제대로 키워내는 대학이다. 일부 객관적 비교는 가능해도 대부분은 순위를 매길 만한 내용이 될 수 없다. 교육에 환경이 좋으면 좋겠지만 환경이 교육 수준을 결정할 수는 없다.
1천명의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됐지만, 대학을 의미 없는 잣대로 줄 세우는 행위도 자리를 잡아, 점점 더 세상은 사익에 눈이 먼 집단들의 기발한 부정의 아이디어에 피곤해지고 있다. 관치에 멍들고 있는 대학에 언론마저 가세해 대학을 망가뜨리고 있다. 언론은 대학의 순위 매김이 아니라 대학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일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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