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경기도의회 청렴 꼴찌에 경기도민까지 망신
청렴도 꼴찌가 부패 비화 우려
도민에 이토록 짐 준 의회 없어
(아주 특별했던 취재였다. 이름 하나하나까지 생생하다. 그 이름을 굳이 적을 건 아니다. 공직을 떠난 지 이미 오랜 분들이다. 아무튼~.) 검찰청 현관에서 ‘계장’과 마주쳤다.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내게 눈을 껌뻑이며 아래로 손을 젓는다. 그냥 지나가달라는 표시다. 청사 안에도 직원 여럿이 대기 중이다. 계장, 주임, 여직원들이다. 공안과 간부가 신호를 주자 한 명씩 나간다. 설문 조사원에게 다가간다. ‘민원인입니다’라며 설문에 답한다.
숨겨진 곡절은 이랬다. 형사정책연구원이 하는 설문이었다. ‘검사가 반말을 하지는 않았나’, ‘대기 시간은 얼마나 됐나’.... 법무부 산하기관의 친절도 조사다. 전국의 검찰청, 교도소가 조사 대상 기관이다. 당연히 답변은 민원인들이 해야 맞다. 그런데 검찰 직원들이 줄 서서 하고 있다. 민원인이라고 위장한 가짜 설문 응대였다. 그들이 쓴 답이야 뻔하지 않나. ‘검사가 친절했다’, ‘신속해서 좋았다’.... 취재가 들통났고 작은 신경전도 있었다.
1990년대 초다. 밤샘 조사, 강압 수사가 꽤 있던 때였다. 그런 검찰인데 그 조사엔 벌벌 떨었다. 어떻게든 점수 받으려고 수를 냈다. 얼마 뒤 그해 친절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원들이 답한’ 수원지검이 6등이었다. 전국에 검찰청이 열 서너개다. 도대체 나머지 1~5등은 어떻게 설문을 한 것일까. 어떻게 했길래 ‘직원이 답변한’ 수원지검을 이긴 걸까. 당시 취재는 이 씁쓸함을 넘지 못했다. 분명한건 친절도 조사에 검찰이 떨더라는 것이다.
청렴도 조사에서 경기도의회가 꼴찌를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식 조사다. ‘2023년 지방의회 청렴도 측정 결과’. 5등급 중에 맨 아래 5등급이란다. 인권의 보루인 권익위 조사다. 조사 방법이 방대하고 섬세하다. 관련 단체, 공무원, 지역민을 설문했다. 설문 대상자만 3만4천여명에 달했다. 2013년부터 이어져 권위도 높다. 전임 경기도의회(2018~2022년)도 높지는 않았다. 그래도 꼴찌까지는 아니었다. 3등급은 했으니까.
이번 꼴찌에 더해지는 비난이 있다. 2년 전 출발이 78 대 78 동수였다. 협치하라는 도민 명령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거꾸로 갔다. 밥그릇 싸움이 개시였다. 의장 자리 쟁탈전이었다. 임기 후 40일을 그렇게 허송했다. 물론 월급 554만원은 타 갔다. 그 뒤는 경기도와의 마찰 시간이다. 당연히 이 싸움의 일방은 도의회였다. 국민의힘은 자기들끼리 싸웠다. 대표 자리를 놓고 법원까지 갔다. 이러더니 꼴찌를 했다. 자업자득 아닌가.
부패 내용도 결코 가볍지 않다. 권익위가 부패 경험률을 설명해 놓고 있다. 인사 관련 금품(2.31%), 의정 활동 관련 금품(3.08%), 미공개 정보 요구(6.25%), 심의 의결 개입 압력(18.75%),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21.88%), 계약업체 선정 관여(6.15%) 등이다. 누군가 경험했거나 보고 들었다는 거다. 이랬던 도의원들이 있다는 거다. 설문용 답이길 다행이다. 경찰에 말했다면 사건(事件)될 뻔했다. 아슬아슬하다.
물론 잘하는 의원들은 있다. 후배 기자가 도의회 주변을 설문해 줬다. “당을 떠나 원만한 의원이다”(안양 ‘김 의원’). “시의장 출신답게 피감 기관을 배려한다”(안산 ‘김 의원’). “간호 전문성으로 의정 활동 수준이 높다”(비례 ‘황 의원’) 이들은 피해 가고 싶다. 하지만 기관 평가란 게 늘 이렇다. 도매금에 끌고 들어간다. 잘하는 도의원도 죄다 욕 먹인다. 같은 집단이라고. 죄 없는 도민까지 모조리 망신 준다. 도의원들 잘못 뽑아놨다고.
이 정도면 짐이다. 근래 십수년, 이토록 도민에게 짐 안긴 의회는 없었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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