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합병원 없는 의료단지... 의료혜택 확대 공염불이었나
계양구 등 인천 북부권은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인천시가 계산종합의료단지 조성을 추진한 배경이다. 민간사업자의 도시개발사업으로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짓는 사업이다. 그런데 요양병원만 지어 운영하면서도 종합병원 건립은 여지껏 오리무중이다. 요양병원뿐인 의료단지로 전락했다. 이런데도 인천시는 사업 기간을 5차례나 연장해 줬다. 그 때마다 사업자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요양병원도 어느새 일반병원으로 둔갑해 있었다. 이 사업에 있어 인허가 조건들은 그냥 허울뿐이었던 셈이다.
계산종합의료단지는690개 병상의 요양병원과 170개 병상의 종합병원을 짓는 사업이다. 계양구 계산동의 2만1천926㎡(6천600평)가 사업지다. 요양병원 착공 후 2년 안에 종합병원 착공 조건의 인가였다. 사업자는 2018년 2월 요양병원 건립에 들어갔다. 따라서 2020년 2월에는 종합병원 건립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첫 삽도 뜨지 않은 채 빈 땅으로 버려져 있다.
2개동의 요양병원도 1개동은 사업을 확 줄였다. 처음 지상 8층 339개 병상 규모를 지상 1층으로, 병상은 아예 없앴다. 종합병원 건립은 첫 삽도 뜨지 않고 해마다 사업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인천시는 5차례나 받아들여 올해 말까지로 늘려놨다. 매년의 공사 상황 보고서 제출도 지키지 않았다. 인허가 당국이 끝을 모른 채 끌려온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요양병원 운영마저 인가 조건을 무시해 버렸다는 점이다. 사업자는 요양병원 사용 승인을 받고 6개월 만에 일반(재활)병원으로 바꿔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 협의도 없이 계양구보건소의 승인만 받았다. 인천시는 이런 사실조차 수년째 모르고 있었다. 재활병원으로 바꾸면 요양병원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한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인천시의 인가 조건 등은 안중에도 없었던 듯하다. 인가 조건은 당초의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원도심 의료 혜택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사업 취지가 간 곳 없이 됐다.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조건들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면 특혜라는 반대급부만 남는다.
도시개발법에도 명시해 있다. 인가 조건이나 명령, 처분을 위반하면 인허가 취소나 공사 중지다. 일반병원으로 바꿔준 보건소는 도시개발사업인 줄 몰랐다는 해명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는지, 시민들은 참으로 의아하다. 정치판의 압력이라도 있었던 건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건가. 기대했던 주민들의 실망감은 또 어찌 하나. ‘유착’ , ‘비호’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정당국이나 인천시 감사부서가 나서 밝혀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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