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꿈의 車’… 앞유리에 내비 뜨고 운전자 졸면 마사지
CES 개막 첫 날, 미래차 경연
車업계 생성형AI 접목 경쟁 가속
취향 맞춰 선곡-드라이브 코스 추천…조수석 앞 영상, 운전석선 안보여
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 참여한 전장(차량용 전기·전자 장비) 업체인 하만 부스에서 차량 안전 솔루션 ‘레디 케어’를 체험해 봤더니 나온 결과다. 15초간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그래도 소용없다 판단되면 운전자를 깨우는 다른 기술도 있다. 하만의 ‘시트소닉’이라는 기능이 적용된 차량을 탑승해 봤다. 운전석에서 마사지가 시작돼 허리가 자극됐고, 시트에서 바람이 나와 목 부근이 서늘해졌다. 차 안에 잔잔하게 흐르던 노래는 자동으로 시끄럽고 신나는 음악으로 바뀌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CES 2024 개막 첫날 모빌리티 업체들의 부스마다 관중이 가득 몰렸다. 별칭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고도 불리는 CES의 명성을 올해도 이어갔다. 자동차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과 접목해 ‘내 집 방구석’에서 느끼던 즐거움과 안전함을 차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 집, 영화관으로 변신한 자동차
집에서 하던 게임은 이제 자동차로 옮겨 간다. 일본 혼다와 소니가 합작해 만든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에픽 게임즈와 함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CES에서 새 단장을 해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아필라’의 뒷좌석에서 스크린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 아필라 판매가 시작되면 차 안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즐길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BMW는 프랭크 웨버 기술개발총괄 이사가 나서 “앞으로 더 많은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향후 컨트롤러로 차량 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가 CES에서 최초로 공개한 콘셉트카 ‘알파블’은 순식간에 영화관, 카페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에 설치된 냉장고를 이용해 음료를 즐길 때면 카페가 되고, 나만의 자동차 극장을 만들고 싶다면 차량의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를 벽면에 비추면 된다.
● ‘AI 비서’가 차 안으로 들어왔다
모빌리티 회사들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비서 경쟁도 치열했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내놓은 생성형 AI인 챗GPT가 지난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자 모빌리티 업체들도 빅테크 기업들과 손잡고 차량에 생성형 AI를 적용하고 나선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오픈AI와, BMW는 아마존의 알렉사와 손잡고 각각 차량 내에 생성형 AI를 적용하겠다고 CES에서 밝혔다.
AI가 내 취향에 꼭 맞는 음악을 선정해 들려주기도 하고, 가볼 만한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해줄 수도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의 ‘MBUX 가상 어시스턴트’는 AI 비서의 성격을 네 가지 중 택할 수도 있다.
● 운전자는 조수석 앞 영상 못 보도록 설정
하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해 고화질 차량용 디스플레이인 ‘NQ’ 시리즈를 내놨다. 그동안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운전 중에 잠깐씩 확인하는 대상이라 화질이 높을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햇살이 내리쬐면 화면이 잘 안 보이는 상황도 많았다. NQ 시리즈는 화질을 높이는 동시에 안전 기능도 강화했다. 조수석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앞 영상을 볼 수 없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투명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운전석 앞 유리창을 통해 내비게이션이나 날씨, 음악 재생 목록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기술이다. 만약 옆좌석에서 칭얼대는 아이가 있다면 조수석 쪽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틀어줄 수도 있다.
CES에서 만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승객을 차 안에서 얼마나 즐겁고 편할 수 있게 만드냐가 경쟁의 핵심”이라며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되면 운전을 거의 안 해도 되기 때문에 그 시간을 꽉 채워줄 기술 개발에 업체들마다 목을 매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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