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 회장, 외국 공무원에 뇌물 혐의 1심 무죄

“국제 뇌물방지법 처벌 대상 아냐”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이 10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캄보디아 로비자금 교부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캄보디아에 진출한 현지법인을 상업은행으로 인가받게 하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1부는 10일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당시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과 현지법인 부행장 등 임원 3명에게도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김 회장 등은 2020년 4~10월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금융 당국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미화 350만달러(46억원 상당)를 현지 브로커에게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로비 자금 마련을 위해 특수은행이 매입하려고 했던 현지 부동산 매매 대금을 부풀린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김 회장에게 징역 4년, 임원들에게 징역 2년~3년 6개월을 각각 구형하고 벌금 82억원도 구형했다. 재판부는 외국 공무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했지만,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봤다.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과 캄보디아 중앙은행 사이의 관계는 캄보디아 내국 법인과 내국 기관의 관계이기 때문에 국제상거래상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피고인들이 공모해 개인의 이익을 위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판결 직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정도 경영과 윤리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인 DGB금융그룹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총자산이 100조원을 돌파했고,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4247억원으로 2022년 전체 당기순이익(4016억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