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국민-동료시민의 구분과 그 함의
올해 미국, 대만의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전 세계 47개국에서 선거가 진행되며 한국도 4월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이에 여야는 그야말로 다수당을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건 혈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검사 출신 전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위원장 수락연설을 포함해 여러 자리에서 '국민' 대신 '동료시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본인은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시민들 간의 동료의식으로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재해를 당한 낯선 동료시민에게 자기가 운영하는 찜질방을 내주는 자선, 지하철에서 행패를 당하는 낯선 동료시민을 위해 나서는 용기 같은 것들이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완성하는 시민들의 동료의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동료의식을 가진 시민을 지칭하는 말이 동료시민인데 그가 강조하는 선민후사(先民後私)와도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이 아닌 동료시민이라는 용어의 함의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용어 사용에 따른 법적, 정치적 맥락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반적으로 국민과 시민 내지 동료시민 그리고 국가와 시민사회를 구별하는 논의를 통해 이를 추론해볼 수 있다.
우선 국민(people of the nation)과 시민(citizen) 내지 동료시민(fellow citizen)의 차이를 보자. 국민은 한 국가의 법적 구성원을 의미하며 국적에 근거해 소속이 결정된다. 이 용어는 특히 국가와 개인 사이의 법적, 정치적 관계를 강조하며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에 초점을 맞춘다. 전통적 국가법에 따르면 국민은 영토, 주권과 함께 국가의 3대 구성요소 중 하나다. 이에 반해 시민 내지 동료시민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포용성, 동질성, 국가와 개인 간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한다. 이 용어는 개인 사이의 연대와 단결은 물론 공동의 목표나 가치를 향한 일체감을 중요하게 본다. 한 국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보편적 세계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동료시민에 대한 설명은 공화주의적 전통과도 맥이 닿아 있다. 공화주의는 보통 자유주의와 구분되는 관념인데 자유주의는 개별적 존재로서 인간, 사회에서 유일하게 정당한 생동하는 힘으로서 개인의 사익추구 개념, 자유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치를 강조한다. 이에 반해 공화주의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 공동선의 중시, 시민적 덕성과 법 앞의 평등을 통한 법치로 공동선의 실현을 강조한다.
다음 국가는 근대에 이르러 주권을 가진 독립적인 정치단위로 인식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 시민사회는 개인의 권리와 국가권력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정치적 참여와 공공의 선을 위한 논의의 장을 의미했다. 마르크스는 시민사회를 경제적 계급투쟁의 장으로 봤지만 20세기 이후 시민사회는 자발적인 시민의 결사체, 비정부기구, 공공단체, 사회운동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발전했다.
결국 국민은 국가적 정체성, 국가 중심의 통합 등 대외관계에 적용할 때 유용하지만 시민은 포용과 동등, 단결과 연대, 정치적 참여, 사회적 책임, 공동체 의식 등을 강조할 때 유용하다. 이에 따라 국가에 의한 복지실현,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을 고려하면 국민이라는 용어의 중요성이 간과될 수 없지만 반대로 국가행정이 관료주의화하면서 국민이 통치의 객체로 격하되고 경제도 거대 기업권력의 독점적 지배 아래 놓이는 상황을 극복하려면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능동적, 참여적 시민의 개념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정치에서 동료시민이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의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개인이 정치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실천하는 실질적 의미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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