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들던 사우디...원유패권 잃고 덤핑치는 까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계속된 요청을 무시하고 러시아와 연합해 국제유가를 올려온 계획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 미국이 약 반년 만에 자국의 원유 생산량을 역사상 최대치로 올리자 시장에 재고가 넘치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감산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사우디는 시장점유율을 잃고 있어서다. 자신들이 주축인 중동 산유국 모임, 오펙(OPEC)에 감산을 종용하던 사우디는 부랴부랴 홀로 수출가를 내리면서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지만 스스로 카르텔을 깬 대가는 조직의 와해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미국 평균 석유 생산량은 올해 하루 1320만 배럴에 달하고 내년에는 하루 134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은 본격적인 증산으로 일일 추정 1290만 배럴 생산량을 달성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선 기록이다.
하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내내 러시아와 중국 등 미국의 적대국과 오히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감산 정책을 오히려 연장하는 강수를 뒀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 3분기 유가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위기를 겪는 등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 사이의 국교관계 정상화를 중매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인내력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조롱까지 얻어야 했다.
사우디는 러시아와 연합해 지난해 생산량을 일일 1000만 배럴에서 900만 배럴로 줄였고,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을 감소시켰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작당은 유가를 지난해 잠시 90달러대로 올려놓은 결과를 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가 상승은 미국의 셰일 생산량 증대의 디딤돌이 됐다. 여기에 중미 가이아나와 브라질 역시 대규모 증산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계기였다.
베타파이(VettaFi) 에너지 연구 책임자 스테이시 모리스는 "오펙 플러스의 감산은 국제유가의 바닥을 방어하는데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됐을 지 모르지만 더 많은 감산은 더 많은 잉여 생산능력을 결과적으로 높여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미즈호증권USA 에너지 선물 전무인 로버트 예거는 "미국의 석유 생산은 사우디나 러시아의 시장 장악력에 주목할 만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제 글로벌 스윙 프로듀서는 사우디나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며 이들의 생산량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시장 상황의 함수로 미국 석유배럴이 이제 국제 가격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실제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나타난 공급 부족 과정에서 미국산 벤치마크 가격이 국제 브렌트유 벤치마크보다 배럴당 4달러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미국산으로 수요가 충분히 충당돼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해 글로벌 휘발유 수요는 하루 1억 250만 배럴 수준인데, 공급량은 1억 300만 배럴로 초과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예거는 "선진국의 휘발유 수요가 계속 감소한다면 원유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배럴당 50달러 이하로도 거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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