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미술관 속 해부학자] 날개를 펴고 함께 비상하는 새해

2024. 1.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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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이 저물고 청룡의 해인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시작됐다.

갑(甲)은 푸른색, 진(辰)은 용을 의미한다.

갑진년을 시작하며 청룡이 상징하는 행운과 힘에 의미를 두고 자기만의 장기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갑진년에는 진정한 '값진' 승리의 의미를 되새기며 승리의 여신이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우리 모두의 편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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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이 저물고 청룡의 해인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시작됐다. 갑(甲)은 푸른색, 진(辰)은 용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좌청룡 우백호’에서 청룡이 바로 올해를 뜻하는 푸른 용이다. 서양 문화권에서 용(dragon)은 포악하고 무서운 미지의 동물이지만, 동양의 용은 날씨와 기후를 관장하며 생명의 탄생을 다스리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다. 그중에서 청룡은 사신(四神) 중 하나로 동방을 수호하는 신성한 존재다. 청룡영화상이나 청룡 열차와 같은 용어로도 친숙하다.

갑은 동양철학에서 10개의 천간 중 첫 번째로 시작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올해는 미래 10년의 계획을 세우는 해다. 보통 새해가 밝으면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의 의미를 자기 소원에 담곤 한다. 갑진년을 시작하며 청룡이 상징하는 행운과 힘에 의미를 두고 자기만의 장기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우리 모두의 소망이 하늘로 비상하는 용처럼 도약하길 바라며 한 스포츠 의류업체 이름의 기원이기도 한 승리의 여신 니케(Nike)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그리스신화에서 니케는 티탄 신족인 팔라스와 저승의 강을 관장하는 스틱스의 딸이다. 로마신화에서는 빅토리아라고 불리며, 티탄 신족과의 싸움에서 제우스를 도와 승리를 이끌었다. 그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는 ‘사모트라케의 니케’(사진)가 꼽힌다. 1863년 에게해의 사모트라케섬에서 발견한 이 조각은 2.4m나 되는 거상이다. 이는 기원전 190년께 안티오코스 3세와의 해전에서 로도스의 승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승리를 부르는 니케의 날개

이 조각은 니케가 바닷바람을 맞아 날개를 활짝 펼치며 하늘에서 내려와 뱃머리에 착지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런 역동적인 모습은 헬레니즘 조각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루브르박물관에서 주 통로의 계단에 전시돼 있다. 계단 아래에서 니케의 모습을 올려보면, 강하고 당당한 승리자의 모습에 압도되고 금방이라도 다시 날아오를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각의 양쪽 팔과 머리는 찾지 못한 가운데 그동안 니케의 오른손에는 승리를 알리는 월계관이나 지휘봉과 같은 것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최근 니케의 손가락 부분이 발굴됐는데,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고 손으로 승리의 신호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갑진년에 값진 승리

오히려 얼굴과 팔 없이 양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이 호기심을 더욱 유발하는 듯하다. 알 수 없는 표정과 손짓이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보게끔 한다.

사람에게도 니케의 날개에 상응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어깨뼈(견갑골·scapula)인데 등 쪽에 날개처럼 붙어 있어 날개뼈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실제로 어깨뼈는 날개 모양이 아니고 역삼각형이다. 신경마비나 잘못된 자세, 외상 등으로 어깨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근육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어깨뼈가 바깥쪽으로 들리면서 마치 날개를 펼친 것과 같은 모양이 되는데, 새가 날개를 펼친 것과 같다고 하여 익상(翼狀) 견갑골(winged scapula) 혹은 날개어깨뼈라고 한다.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경우, 틈이 날 때마다 어깨뼈를 모으는 마름근(능형근)을 스트레칭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사람은 질병에 걸린 상태에서만 니케와 같이 날개가 펼쳐진다. 살다 보면 가끔 승리를 위해 혹은 승리에 취해 니케가 날개를 펴듯 어깨를 으쓱거릴 수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변 사람과 서로 어깨를 모으는 것이 진정 어깨를 넓히는 길이 아닐까.

우리는 도약과 발전을 위해 자신이나 소속 집단의 승리 및 이익만을 좇곤 한다. 갑진년에는 진정한 ‘값진’ 승리의 의미를 되새기며 승리의 여신이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우리 모두의 편이길 바라본다.

이재호 계명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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