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등대지기 사무관

남궁창성 2024. 1.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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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대학 졸업 후 입대했다.

부관부 과장님이 새 식구가 왔다며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31일 등대지기 가운데 처음으로 사무관이 탄생했다.

지난해 8월30일 정원이 신설되면서 새해를 앞두고 사무관이 처음 배출됐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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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대학 졸업 후 입대했다. 부관부 과장님이 새 식구가 왔다며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노래 부르는 시간이 돌아왔다. 계급순으로 한 명씩 일어나 한 곡씩 목청껏 불렀다. 아는 노래가 없어 안절부절못하는데 어느새 내 차례가 왔다. 숙맥처럼 유행가 한 소절을 모르던 나는 얼떨결에 국민학교 다닐 때 불렀던 ‘나뭇잎 배’를 노래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거리는 /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박홍근 선생 작사, 윤용하 선생 작곡의 우리나라 대표 동요 가운데 하나다. 예상대로 노래가 끝났지만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다행히 부관과장님이 앞장서 박수를 치셨고 다른 간부들도 뒤따라 박수를 쳤던 기억이 있다.

‘나뭇잎 배’와 함께 지금도 가끔 흥얼대는 동요가 있다. ‘얼어 붙은 달 그림자 / 물결 위에 차고 / 한 겨울의 거센 파도 / 모으는 작은 섬 // 생각하라 저 등대를 / 지키는 사람의 / 거룩하고 아름다운 / 사랑의 마음을.’ 영국 민요에 고은 선생이 작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등대지기’다.

지난달 31일 등대지기 가운데 처음으로 사무관이 탄생했다. 9급부터 1급까지 있는 공무원 직제상 5급 사무관은 관리직의 출발점이자 ‘공직의 꽃’이다. 우리 바다에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 등대와 같은 항로표지 시설이 3341개가 있다고 한다. 공무원 157명이 등대에 상주하거나 정기적으로 등대를 찾아 24시간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8월30일 정원이 신설되면서 새해를 앞두고 사무관이 처음 배출됐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등대지기 공무원들이 흘린 숱한 땀을 생각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결정이다.

‘등대지기’와 ‘나뭇잎 배’는 세월을 거슬러 시간 여행을 할 수 없는 젊은 날의 18번지 애창곡이다. 오늘도 고성 대진항의 빨간 등대는 파아란 겨울 바다를 연모해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등대지기’를 부르고 있을 텐데….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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