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청년 없는 청년정책, 어쩌면 지역소멸의 짝꿍일지도

박지예 2024. 1. 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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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예 동해시 청년공간열림 센터장

동해시는 2023년 10월 기준 평균 연령 46.8세로 나이 든 도시 중 하나이다. 그런 동해시에서도 내가 사는 동네는 평균 연령 58.2세로 조금 더 나이가 들어있다.

가끔 쉬는 날,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드나드는 카페에 가노라면, 어찌 젊은 사람이 평일에 카페에 앉아있나 싶어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다 쓱 말을 건넨다.

‘여기 사는가. 몇살인가. 결혼은 했는가. 아이는 있는가.’ 기본 신상을 파악한 후엔 ‘무슨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청년을 지원하는 곳에서 일한다고 답하면, 청년이 몇살인지 묻고 청년 연령을 이야기하면, ‘우리 동네에서는 지원받을 사람이 없겠네. 우리도 거기 가면 교육 받을 수 있나. 더 나이 든 사람들을 더 많이 지원해야 하는데 아쉽네’라며 그네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이제 곧 청년의 나이를 벗어날 청년들도 청년사업의 대상에서 벗어남에 아쉬움을 내비친다. 올해 동해시 청년센터 청년공간열림(이하 청년센터)에서는 다른 동해시 청년 기관과 함께 청년 동아리 활동비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반년간의 사업을 마무리하며 진행한 결과공유회에서 사업 개선지점에 대해 질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답변은 지원 연령을 높여달라는 것. 동아리 지원사업에 지원 가능한 청년 연령을 높여 범위를 넓히거나 기존 동아리별 70% 이상이 청년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의견이었다. 동해시 청년 기본조례 기준, 청년 연령은 18∼39세이다. 10대와 20대와 30대가 한 정책으로 포괄되는데, 여기서 연령을 더 넓히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올해 청년센터는 동아리 지원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했는데, 그중 시민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산 사업은 ‘청년 기부 봉사활동’이었다. 9월 청년의 날 기념으로 빵을, 11월 빼빼로데이 기념으로 빼빼로와 비누를 청년들이 직접 만들어 지역 어르신 취약계층에 전달한 한시적인 기부 봉사였다.

일시적이었음에도 지역사회의 호응도가 너무 좋아 언제 또 유사한 활동을 진행하는지 이따금 센터로 전화 문의가 올 정도였다. 다른 사업을 할 때는 없던 반응이라 기억에 남는다.

동해시 청년정책은 청년이 지역에서 기반을 잡고 삶의 질을 담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청년정책이 청년 연령에 포괄되지 않는 연령까지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아니고, 청년이 청년 이외의 세대를 위해 봉사하는 2등 시민적 존재도 아니다.

당연하게도 청년정책은 청년을 중심으로 생각해 만들어 나가야 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연령 기준이 명확한 만큼 그들을 위한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위의 일례들에서 확인한 것처럼 사회적 시선이나 의견은 청년정책에서 청년을 지워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모순되게도 인구 소멸을 걱정하며, 청년이 지역에 살지 않음을 한탄한다.

청년이 중심이 되지 않는 도시에 청년이 모이기란 쉽지 않고, 청년이 많지 않으면 아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으며, 도시는 점점 나이들 수밖에 없다. 청년이 모이는 도시, 청년이 잘 살 수 있는 도시가 되려면 청년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청년정책이 유명무실하지 않은 환경 조성이 우선일 것이다.

그것이 너무 무리한 요구나 생각으로 느껴진다면 차라리 지금 바로 우리가 어떻게 도시와 건강하게 작별할 수 있을지, 잘 소멸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일지도 모른다. 만약 청년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건강한 소멸방법을 논의하지도 않는다면,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우리 도시의 소멸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의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분들은 동네 아기들의 이름을 다들 알고 있고, 가끔씩 동네 산책을 하는 나도 동네 아이들이 어디에 사는지, 가족이 누구인지 아는 정도인데, 통계청 데이터에서 작년 우리 동네에 한자릿수의 신생아가 태어났다는 걸 확인하곤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동네 유일한 초등학교에 내년 신입생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다들 걱정한다.

과연 우리 동네만의 모습일까, 그리고 청년정책을 바라보는 시선도 과연 우리 지역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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