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차별화' 노린 한동훈의 1박 2일 부산행
산업은행 이전 등 지역 현안 실현 약속
이재명 대표, 서울대병원 이동 등 우회 저격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경남 창원에 이어 1박 2일 부산 일정에 돌입하며 '부산·경남(PK) 민심 다잡기'에 들어갔다. 지역 현안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와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불거진 '부산의료 무시 논란'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지역 현안을 강조했다. '부산 미래 일자리 현장 간담회'에서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건의하는 청년 창업가의 발언에 "국민의힘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안 내려와야 할 이유가 없고 (민주당이) 딱히 반대할 이유가 뭐냐"며 "현재 (국회에) 법안으로 올라가 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인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첫째, 회기 내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둘째, 반드시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드시 총선에서 이기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우리 당은 가덕도 신공항의 조기 개항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북항 재개발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했다"고도 언급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한 위원장은 경남도당 신년 인사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 피습)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이 대표의 신속한 쾌유와 범인의 엄중한 처벌을 강조했다. 그런 기조하에 이송 등 논란에 대해 최대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건설적 논의가 나올 수 있다. 응급의료체계와 긴급의료체계의 특혜 등 여러 구멍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이것으로 이 대표나 민주당을 비난하지 않고, 더 나은 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재판을 방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재판 중인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늘어진 재판 기간 동안 세비를 전액 반납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 위반 등의 혐의로 16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부산 방문은 그간 한 위원장의 지역 일정과도 사뭇 달라 눈길을 끌었다. 한 위원장이 1박 2일로 지역 일정을 소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신년인사를 하고 있는데 당일 오전이나 오후 당원과의 만남에 그쳤다. 반면 이번 부산 일정에서는 지역 현안 간담회와 자갈치 시장 방문 등 부산시민과도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11일은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현장 비대위 회의를 개최한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 이후 첫 현장 회의인 만큼 부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행보에 이 대표 피습 사건 당시 불거진 '부산 의료 무시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출렁인 부산 민심을 이번 기회에 만회한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부산시의사회는 이 대표 서울 이송을 두고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논란 이후 PK에서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준오차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에서 PK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43%로 직전 조사(12월 2~3일)보다 2%포인트 소폭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6%포인트 하락한 28%를 기록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했을 때 국민의힘이 36%, 민주당이 33%로 나타났다.
차기 대선후보 양자대결에서도 부산에서 한 위원장이 43%, 이 대표가 29%로 집계됐다. 전국을 대상으로 했을 때 각각 36% 동률이 나온 것과 차이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구·경북(TK)과 달리 PK 정서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과거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분류됐으나 20대 총선 이후 보수색이 옅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18석 중 15석을 확보했으며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12석을 가져갔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6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며 보수세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최근 엑스포 유치 실패로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최수영 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그동안 내세운 특권 내려놓기 등을 강조하면서 우회적으로 이 대표를 저격하는 전략"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동정여론을 피하면서 본질을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한 지역 민심이 아직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회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성의 있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야 한다"고 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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