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호수의 경고 “뒤돌아보지 말라”[서광원의 자연과 삶]〈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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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을 걷다 보면 가끔 호수를 만나게 되는데 내려오는 전설이 비슷하다.
고승이 못된 부자를 혼내기 위해 집이 있던 곳을 호수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신화나 전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본질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는 교훈일 것이다.
술 마시고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해 횡설수설하는 것도 그렇고, 몸은 자리를 물러났는데 마음은 그러지 못해 그곳을 배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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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나 전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본질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는 교훈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신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노래 잘 부르고 악기 잘 다루는 오르페우스가 그 주인공인데, 결혼한 지 며칠 만에 아내를 잃어, 그 마음을 노래하고 연주하자 동물들은 풀을 뜯으려 하지 않았고 신들까지 애통해할 정도였다. 보다 못한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고, 저승의 신 하데스 역시 그 마음에 감동해 아내를 데리고 가도 좋다고 허락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죽은 자와 산 자는 눈길을 나누지 못하니 하데스의 땅을 벗어날 때까지는 뒤를 따르는 아내 에우리디케의 얼굴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부가 있겠는가. 하지만 저 멀리 빛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을 때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고 만다. 다 왔다 싶기도 하고 잘 따라오나 싶어 무심코 돌아보았다가 아내를 다시 지하 세계로 떨어지게 한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롯의 아내 역시 소돔을 떠날 때 뒤돌아보았다가 소금 기둥으로 변하고 말았다.
무심코 하는 것과는 달리 결과는 너무나 엄청난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도 무심코 찾아든다. 술 마시고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해 횡설수설하는 것도 그렇고, 몸은 자리를 물러났는데 마음은 그러지 못해 그곳을 배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거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결국 내 발등을 찧게 된다. 인연이 아니거나 끝났다면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인사 이동이나 불합격의 후유증을 감당해야 할 요즘 같은 때는 더더욱 그렇다. 불청객 불행 역시 이런 마음을 노리니 말이다. 오래전 록그룹 오아시스도 그랬지 않은가. 화난 얼굴로 뒤돌아보지 말라고(Don’t look back in anger).
심사숙고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거나 그 일을 시작했을 때도 그렇지만, 하루하루를 가까스로 버티고 있을 때도 조심해야 할 게 뒤돌아보고 자책하는 것이다. 하면 할수록 내 마음만 아프고 나만 손해다. 미래는 앞에 있지 뒤에 있지 않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세상에 닿아 보면 알게 된다. 정말이지 온 마음을 뒤흔들던 것들이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거나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새해다. 앞을 보고 걸어가야 할 때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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